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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역설]④무주택자 배려에도 소외받는 '3040'

  • 2019.11.29(금) 08:59

청약가점제 개편 등으로 투기수요 차단했지만
신혼 특공 경쟁 세고, 낮은 청약가점에 당첨 요원

#결혼 4년차인 30대 직장인 A씨, 그는 정부의 주거정책에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지난 2년반 동안 내 집 마련은 쉽지 않았다. 청약 가점제가 적용되는 분양시장에선 가점이 워낙 낮아 당첨을 기대하기 어렵다. 문턱이 낮아진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노렸지만 여기도 경쟁률이 치열해 쉽지 않았다. 분양시장은 그림의 떡이었다. 결국 그는 힘겹게 각종 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 수도권에 있는 입주 20년이 넘은 낡은 단지의 소형 아파트를 마련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한 축은 무주택 실수요자 보호다. 이를 위해 청약제도 개편을 실시했는데, 제도 변경이 잦고 복잡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결과적으로 무주택자 중심으로 개편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 같은 정책적 배려에도 소외받는 수요자들은 생기기 마련이다. 이들은 정책 혜택 대상(소득 기준 미달 등)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마련에는 부담을 느낀다. 청약가점도 낮아 분양시장에서 당첨을 기대하기 힘들다. 3040 세대 이야기다.

3040 세대는 집값 불안이 계속되자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이들이 자칫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우 가계부담이 커지고, 중장기적으론 국내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040을 좀 더 배려한 청약제도가 필요하다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 내 집 마련 신혼부부, 늘었다

정부는 8.2대책(2017년)과 8.27대책(2018년)을 통해 투기과열지구를 확대 지정했는데, 지정된 곳에서는 분양주택 가운데 전용 85㎡이하는 100% 청약 가점제를 적용한다. 청약 가점은 ▲청약통장 가입기간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등으로 구성돼 무주택자의 분양 당첨을 기대할 수 있다.

9.13 대책을 통해서는 전용 85㎡ 초과 중대형 주택에 대해서도 50%는 가점, 추첨제를 적용하는 나머지 50%도 무주택자를 우선토록 했다.

올 초에는 당첨 부적격자나 미계약 물량을 분양받기 위한 무순위 청약 시장이 과열되자 이 역시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도록 청약 예비당첨자를 전체 공급물량의 5배수로 뽑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이와 함께 분양권도 유주택으로 간주하고 전매제한 강화 등을 통해 분양시장에서 투기수요도 차단하면서 분양시장은 무주택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신혼부부와 청년 등 젊은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도 마련했다. 특히 신혼부부를 위해서는 특별공급 소득 기준을 완화하고,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신혼부부 자가점유율은 44.7%에서 48%로 증가했다. 신혼부부 두 쌍 중 한 쌍은 내 집을 소유한 셈이다. 국토부는 "내 집 마련 기회가 확대되면서 주거 안정성이 강화됐다"고 자평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청약 가점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성립되면서 과거 청약통장을 사서 청약하는 등의 불법이 사라지고 투기수요를 차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정책 사각지대 내몰린 3040

무주택자라고 모두가 청약 당첨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새 아파트 분양에 청약통장을 들고 있는 무주택자가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면서 청약 경쟁률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이로 인해 당첨을 기대할 수 있는 청약 가점도 덩달아 상승했다.

리얼투데이 조사 결과 올해 서울 분양단지 1순위 당첨자들의 청약 가점은 52점을 기록했다. 자녀가 2명인 가족의 세대주(부양가족수 20점)라면, 20대 시절부터 청약통장에 가입해 가입기간은 만점(16점)이라고 가정할 경우 무주택 기간이 최소 7년 이상(16점)이어야 한다.

특히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청약 경쟁률이 더 높아지고 있어 당첨 가점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사실 상 30대와 40대 초반은 당첨이 힘들고, 40대 후반이 돼야 당첨을 기대할 수 있는 가점에 도달할 수 있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청약 당첨은 안 되는데 집값 불안은 계속되자 서둘러 내 집 마련에 나서는 30대가 늘고 있다. 국토부의 서울 연령대별 주택 매입 현황을 보면 지난 8월부터 30대가 40대를 누르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새 아파트는 가격이 워낙 비싼 탓에 젊은 수요층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입주 15~20년 아파트를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을 경우, 향후 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중산층의 가계부채 부담이 증가해 장기적으로 경기 불안정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젊은 층의 내 집 마련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되 가점제 50%, 당첨제 50%를 시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그래야 가점이 낮은 젊은 세대도 당첨 희망이 생기고 실제 이들에게도 당첨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현 본부장은 "신혼부부 등을 위한 특별공급 물량을 늘려 젊은 수요층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며 "첫 내 집 마련을 하는 경우에는 대출 규제를 완화해 자금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도 분양 시장에서 젊은 수요층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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