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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불패?]④"현금 8억 있다면 어디 투자하겠어요?"

  • 2019.10.21(월) 13:56

부동산 이외 투자처 부재·'공급 줄어들라' 투자매력 더 부각
'재건축=미래의 새아파트'…재건축 규제 3종세트도 무력화

"8억원 정도(최근 강남권 청약에서 필요한 대략적인 자체 조달 금액) 현금을 갖고 있다면 뭘 하시겠어요?"
"당연히 강남에 투자해야죠"

자연스레 답이 툭 튀어나왔다. 부자들은 오죽할까싶다. 이는 시장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이번 정부는 정권 초부터 집을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지 말라면서 규제를 퍼부었고 현재까지도 이같은 일관된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고 있다.

문제는 시장과 현장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유례없는 강력한 대책이 2017년 8.2대책에 이어 2018년 9.13대책까지 두차례 나왔다. 올해들어선 급기야 가격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도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강남 집값은 여전히 천정부지로 치솟고 서울 집값도 오름세다.

◇ '진앙지' 강남재건축 겨냥, 번번이 실패

정부는 집값 상승의 진앙지인 '재건축'을 겨냥해 규제를 퍼부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모두 재건축 추진을 어렵게 만드는 규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인해 발생한 이익의 최대 50%를 정부가 떼어 간다. 강남권에선 이 금액이 수억원대로 추정된다. 여기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일반분양으로 인한 수익을 조합이 기존처럼 많이(?) 가져가기도 어렵게 된다. 재건축 초기 단지는 사업 동력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또 재건축 연한(30년)을 채우더라도 안전진단 강화로 인해 애초에 사업 자체를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1988년 준공한 송파구 방이동의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가 최근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지만 끝내 안전진단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노원구의 미성·미륭·삼호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등이 안전진단을 준비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에 큰 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재개발·재건축뿐인데 재건축으로 인한 공급은 둔촌주공, 송파 진주 크로바를 끝으로 상당기간 공급절벽을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십수년째 제자리걸음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2003년 조합설립 이후 16년,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2013년 12월 조합설립 이후 6년이 흘렀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집값도 지지부진해야 한다. 하지만 집값은 치솟고 있다. 규제를 할수록 시장에서는 '재건축이 어려우니 투자하면 안되겠다'는 쪽으로 움직이기보다는 '공급이 줄어들면 집값이 오를테니, 투자해야 한다'는 쪽으로 해석하고 움직였다.

강남 대치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경제가 안좋은데 집값만 오르고 있어서 이해가 안된다"면서도 "단기적으로 재건축아파트 값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를 것을 생각하고 사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매도자들은 더 오를 것으로 판단해 안판다고 하고 수요자들은 많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새아파트보다 당장의 상승률은 낮지만 새아파트를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기대대로 규제를 퍼부으면 집값이 떨어지는게 아니라 되레 올라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강남재건축에서 시작해 주변 아파트로 옮겨 붙었고 최근들어 공급부족 우려가 심화되면서 새아파트값은 더욱 두드러졌다.

◇ 돈은 많은데 투자처는 부동산뿐·매물도 부족

이 같은 상황은 강남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상담을 하다보면 요새는 계약서 쓰기 전에 계약금 전부를 다 보낸 이후에 계약서를 쓴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각종 거래규제로 인해 거래되는 매물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공급 희소성 등으로 인해 매도자 우위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강남이나 서울 핵심지역의 아파트 투자 이외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도 이같은 분위기에 더욱 불을 붙이고 있다.

우 팀장은 "금리는 낮고 투자상품 역시 파생결합증권(DLS) 사태 이후 불신이 더욱 커지면서 (고객들이)투자상품에 대해선 아예 말도 못꺼내게 할 정도"라면서 "자산가들 입장에선 금융상품과 비교해 부동산을 더 안전하고 좋은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선 만에 하나 경기 위축이 있을때 가격 회복의 탄력성은 강남이나 한강변(마·용·성·동작구 등) 단지들이 좋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대기수요가 몰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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