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롭테크(Prop-tech) 산업의 태동기는 지났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점프 업(Jump up) 시기가 될 것이다.
직방으로 대표되던 국내 프롭테크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집을 구하려고 발품을 팔던 소비자들이 모바일 앱(App)에서 손쉽게 매물 정보를 구하는 것은 물론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현실감 있게 부동산 매물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등도 부동산 산업 등에 접목되면서 프롭테크 산업의 확장성은 예측이 힘들 정도다.
그 중심에 한국프롭테크포럼이 있다. 지난해 10월 출범 후 1년 동안 회원사는 52개에서 137개로 두 배 이상 늘었고, 프롭테크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도 크게 높아졌다.
이 같은 성과의 밑바탕에는 포럼을 이끌고 있는 안성우 의장(직방 대표)이 있다. 직방을 넘어 이제는 유망 프롭테크 기업들의 성장을 위해 전문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안성우 의장. 그는 프롭테크가 국내 부동산 산업의 중심이 돼 내년부터 본격 성장할 것이라는데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프롭테크포럼이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그 동안의 소회와 성과는
▲프롭테크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다. 국토교통부에서도 부동산 산업의 날에 회원이 아님에도 프롭테크포럼을 초대해줬다. 포럼 의장 자격으로 참석했는데,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이 "프롭테크를 부동산 성장동력으로 삼고 양성하겠다"고 말한 게 인상적이었다.
포럼 출발은 스타트업이 주를 이뤘지만 정부에서도 프롭테크에 관심을 갖고 있고 학계에서도 일부 대학에 프롭테크 학과가 생길 정도로 부동산 산업 종사자의 프롭테크에 대한 인식이 커졌다.
-정부와의 대표적인 협력 사례가 있나
▲프롭테크 밋업(Meet-up) 행사 때 LH 관계자가 참석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을 설명해줬다. 땅을 선정하고 다듬어 주택을 짓고 임대‧판매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복잡한데 LH에서는 이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같이 할 스타트업들을 모아 달라고 했다.
보통 스타트업들이 정부 등에 찾아가 사업을 소개하고 참여 의사를 전달하는데 이번에는 LH가 문을 열고 여러 스타트업들에게 참여 기회를 준 셈이라 의미있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프롭테크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낯선 사람들도 많다. 프롭테크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프롭테크 기준은 광범위하다.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 기술이 아닌데 부동산과 연계되면서 프롭테크 산업 안으로 진입하는 것들도 많다. 대표적인 게 드론이다. 드론은 비행하면서 촬영하는데 주로 사용됐는데 최근에는 부동산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에 콤파스(Compass)라는 부동산 중개 미디어 기업이 있다. 기업가치가 6조원에 달한다. 이 회사를 보면 IT 인프라를 활용해 이용자들과 소통한다. 초기에는 소비자와 중개인이 만나는 접점을 챗봇(AI)이 담당한다. 넷플릭스가 이용자에게 취향을 물어보듯 챗봇이 이용자가 원하는 매물을 묻고 답변도 데이터를 통해 한다.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프롭테크 기업이다.
결국 부동산과 연관 있다면 기술에 대한 범위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프롭테크 기업들이 활용하는 기술 중 부동산 산업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어떤 게 있을까
▲빅데이터가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 투자펀드인 블랙스톤이 인수한 엔틱(Entic)이라는 기업이 있다. 이 회사는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부분을 모두 측정하고 스스로 학습해 자동화한다.
가령 회의실에 사람이 드나들 때를 학습해 설정해 둔 냉‧온방 온도를 자동으로 맞추고, 이를 통해 빌딩 운영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비용 감소는 수익성 증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 가치를 올리는데 도움을 준다. 블랙스톤은 엔틱을 인수한 후 그들이 보유한 상업용 건물에 엔틱 기술을 적용, 자산 가치를 끌어올렸다.
-새로운 산업 분야라 사업 초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가장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프롭테크는 부동산 산업 생태계를 바꾸려고 하는 것인데 아직도 '부동산이 바뀌겠어?'라는 사회적 인식이 많다. 이를 바꾸려면 성공한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특정 사업 영역을 하기 위해서는 자격 요건을 갖추도록 하는 등의 규제가 있는데, (규제가 만들어질)당시에는 산업을 선진화하기 위해 필요했던 조치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이런 내용들이 새로운 사업을 제약하는 규제가 됐다. 이런 부분들은 열여줄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먼저 프롭테크 기업들을 활용해줬으면 좋겠다. 핀란드의 경우, 정부가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에게 손을 내밀어 정부 주도 사업에 기술을 도입한 이후 민간 시장에 진출한다. 반대로 국내에서는 스타트업이 정부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때문에 정부가 먼저 프롭테크를 활용하면 산업이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프롭테크 산업이 태동한지 6~7년 정도가 지났다. 현재 어떤 수준이라고 평가하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빠르게 성장했다. 포럼에 참여하는 회원사들의 협업 사례 등을 보면 태동기는 이미 지났고, 앞으로는 점프 업 하는 단계에 왔다고 본다.
2020년에는 프롭테크 기업에 대한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수백억 단계의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자본 투자가 이뤄진다면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프롭테크가 부동산 산업 혹은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앞으로는 프롭테크가 부동산 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앞으로 부동산 산업은 프롭테크를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발전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프롭테크를 대표할 회사가 어떤 곳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부동산 개발 분야에 있던 기업이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프롭테크의 중심이 될 수도 있고, 스타트업이 성장해 리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앞으로 국내 프롭테크 기업들이 개척해야 할 분야는
▲국내 프롭테크는 플랫폼 사업 비중이 높은 게 사실이다.(포럼 137개 회원사 중 플랫폼은 23개사로 공유서비스와 함께 가장 많다) 여기서 벗어나 건물을 짓는데 활용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기술 분야 기업들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3D프린터로 집을 짓거나 다리를 놓는 그런 것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력을 갖춘 인재들이 프롭테크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때문에 대학을 방문해 프롭테크를 알리는 '프롭테크 인 캠퍼스'도 진행했다.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새롭게 성장하는 프롭테크에 와서 함께 해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더 많은 기술과 인력이 프롭테크에 참여해야 범위를 확장하고 성장할 수 있다.
-직방 자회사로 프롭테크 기업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CVC를 설립했는데, 투자 계획은
▲투자와 인수는 전혀 다르다. 최근 인수한 기업(호갱노노‧네모‧우주 등)들은 직방이 하던 것을 더 잘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면 투자는 직방이 하지 못하는 분야 기업들의 성장을 위한 것이다. 프롭테크 시장이 성장하기 때문에 여기에 베팅(Betting)하는 것으로 프롭테크 기업들을 서포트한다는 개념이다. 이 같은 투자가 프롭테크 전체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프롭테크포럼 의장으로서 향후 목표는
▲3개의 비전이 있다. 먼저 프롭테크 생태계를 활성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기업들 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협업사례나 투자 사례를 만들고 싶다. 1년 동안 이 활동에 주력했는데 나름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이를 더 강화할 계획이다.
프롭테크 관련 정책 연구도 해보고 싶다. 새로운 분야라 사업을 하다보면 불법인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 동안 이 분야를 해본 적이 없었던 탓에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이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면 목소리도 내는 창구 역할을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프롭테크 산업에 대한 공부를 통해 지식의 아카이브(Archive) 센터가 되고 싶다. 최근 프롭테크 분야에 따라 기업들을 구분하는 '프롭테크 맵'을 만들었다. 이런 노력들을 계속하다보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프롭테크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