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4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프롭테크 기업들이 부동산 산업 변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 프롭테크를 통해 소비자들은 모바일 중개 플랫폼에서 매물 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심 단지의 최근 실거래가와 시세 추이 등 부동산 매입 판단에 도움을 주는 분석 자료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기존에 없던 서비스 영역을 개척하고 부동산 업계에 VR(가상현실)과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하는 등 변화를 주도하면서 다수의 투자도 이끌어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사업 규모도 확장, 일자리 창출과 함께 업계 간 협업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 투자규모, 4년 만에 7배 성장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지난해 프롭테크 투자 규모는 5965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프롭테크 산업이 꿈틀대기 시작했던 2015년과 비교하면 7.6배 이상 성장한 규모다. 특히 직전 연도에 비해서는 3.5배 넘게 증가했다. 연간 투자액이 1000억원을 넘어선 2017년 이후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투자 건수 역시 2015년 이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2년(2018~2019년) 동안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투자규모와 투자 건수 모두 줄면서 성장세는 꺾였다. 다만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투자 집행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투자 유치 주요 기업을 보면 호텔과 펜션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야놀자가 379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모바일로 부동산 매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인 직방도 2280억원을 기록했다. 주차 공간 운영 솔루션 서비스 기업인 아이파킹도 883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공간을 공유하는 서비스 제공업체들도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공유 오피스 기업인 FASTFIVE(패스트파이브)와 SPARKPLUS(스파크플러스) 등은 각각 790억원과 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와 함께 인테리어 견적 서비스를 비롯해 업체-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집닥도 200억원, 3D 공간데이터 플랫폼인 어반베이스도 1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프롭테크 업계 매출도 늘고 있다. 프롭테크포럼 회원사 중 매출 100억원 이상인 곳은 12개사로 전체의 21%를 차지했다.
조인혜 한국프롭테크포럼 사무처장은 "지난해 국내 프롭테크 업계 매출은 1조원에 근접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사업모델 발굴과 수익성을 입증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프롭테크 기업들은 IT 기술을 접목한 경우가 많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신규 채용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프롭테크 기업 1개사 당 평균 61.6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90% 이상이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정규직이다. 지난해에는 51개사가 채용을 진행, 총 1025명을 고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 협업으로 부동산산업 변화 주도
프롭테크 기업들의 가장 큰 역할은 보수적인 부동산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간 협업 뿐 아니라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기업과 손잡으면서 프롭테크가 보유한 기술력을 더 많은 소비자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파트 전문 인테리어 사업을 펼치는 아파트멘터리는 스마트 인테리어 솔루션 'FIVE'를 두고 HDC현대산업개발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FIVE는 도배‧조명‧바닥‧커튼‧필름 등 주거에 꼭 필요한 기본 공정에 더해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서비스인데, 업무협약을 통해 현대산업개발의 신규 분양 단지에 FIVE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다.
VR(가상현실) 모델하우스 서비스를 통해 주목받고 있는 집뷰(올림플래닛)는 KT와 함께 VR을 통한 부동산 매물 확인 서비스인 'KT 수퍼 VR'을 만들었다. 집뷰의 VR 모델하우스 서비스 기술을 결합한 것으로 집뷰는 대림산업과 한양, 포스코건설 등 여러 건설사에 VR 모델하우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엔젤스윙은 태영건설과 드론으로 촬영한 고해상도 현장 사진 정보를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에서 3D 모델링으로 구현하는 드론 플랫폼 스마트 건설 기술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현된 3D 모델링을 활용하면 현장을 보지 않고도 측량 등 원격 공정 관리를 실현할 수 있다. 향후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플랫폼 기술을 활용하면 이전보다 생산성이 30% 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기대다.
조인혜 사무처장은 "최근 이뤄진 협업이 초기 테스트 정도라면 앞으로는 본 프로젝트 수준으로 확대되고 분야도 다양해질 것"이라며 "프롭테크 생태계 자체가 다양한 협업을 통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서 성공사례가 나온다면 성장 속도도 빨라지고 협업 사례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