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실거래가 더욱 깐깐해진다. 최근 출범한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이 이상거래로 의심되는 사례를 조사하고, 앞으로는 투기과열지구를 넘어 전국적으로 3억원 이상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는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를 막고, 세금 탈루 등 불법행위를 차단해 시장을 좀 더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다. 특히 풍부한 유동성에 차익 실현을 위한 투기수요가 부동산 시장에 남아있기 때문에 실수요 보호 차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출규제 강화와 양도세 중과 등으로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자금출처에 대한 강력한 조사가 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가(假)수요 잡을까
정부는 지난 21일 불법 대응전담반 출범과 함께 고강도 실거래 조사를 확대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불법 대응전담반은 부동산 실거래‧자금조달 계획서 조사를 총괄하고 부동산 시장 범죄행위 수사, 부동산 관련 불법행위 정보 수집‧분석 등의 업무를 맡는다.
이와 함께 고강도 실거래 조사 지역을 서울에서 투기과열지구(3억원 이상 주택)로 넓히고, 오는 3월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조정대상지역 내 3억원 이상(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인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된다. 이에 대한 이상거래 조사도 이뤄지게 된다.
전국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거래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전담해 조사를 수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신규 규제지역과 가격 급등단지, 불법행위 의심단지 등에 대한 기획조사도 실시한다.
실거래 조사 기간 역시 현행 2개월 이상에서 약 1개월 수준으로 단축하고, 투기과열지구 9억원 이상 주택 거래 시에는 3월부터 소득증빙과 잔고증명 등 증빙자료 제출을 의무화한다. 신고 즉시 조사에 착수해 거래 전 과정의 불법행위를 점검한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해 발표한 12.16 대책의 후속조치이기도 하다. 주택 매입 자금 출처 등을 꼼꼼히 파악해 시장 교란과 불법 행위를 막아 과열된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게 정부가 그린 청사진이다.
이미 지난해 8월 이후 서울에서 거래가 신고된 주택 중 1‧2차 조사를 통해 편법‧불법 증여를 위한 거래나 대출금지 규정 위반 등의 사례를 적발한 바 있다.
특히 12.16대책 이후 풍선효과가 나타난 지역은 외부인 유입 등 투기수요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신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곳들의 올 1월 주택매매량 가운데 외지인 비율은 수원 영통구가 62.3%로 작년 6월과 비교해 11%포인트 이상 확대됐다. 그 외 수원 장안구와 권선구도 57.9%와 61.3%로 크게 늘었다. 안양 만안구는 46.2%, 의왕시도 60.9%로 외지인들의 이 지역 주택 매입이 증가했다.
정부가 규제 지역을 확대하고 실거래 관련 자금출처 등을 전국적으로 상세히 조사하려는 이유다.
◇ 얼어붙은 시장에 찬물?
시장 교란 행위를 막고 투기수요를 차단해 과열된 집값을 잡겠다는 게 정부 취지이지만 주택시장에서 거래가 위축되고 있어 이를 더욱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실수요자들의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은데 자금출처 조사에 따른 부담감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불투명한 자금을 동원한 거래 등 투기수요를 차단해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일반 실수요자들에 대한 정보도 들여다보기 때문에 거래 자체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실효성이 크지 않고 오히려 거래 위축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전체 거래량 가운데 불법 거래는 소수에 불과하고, 거래 과정에서 공인중개사와 법무사 등이 참여하기 때문에 교란 행위가 쉽지는 않다"며 "대신 거래가 위축돼 시장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고 몇 건의 거래만으로 가격 지수가 크게 등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을 왜곡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