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잠잠했던 삼성물산이 주택 정비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달 강남 최대 재건축 사업장 중 하나인 신반포15차 수주전에 공식 출사표를 던진데 이어 최근에는 '래미안' 브랜드를 부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업계에선 여전히 래미안 선호도가 높은 만큼 삼성물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면 과거와 달리 GS건설의 '자이', 대림산업의 '아크로' 등 경쟁자들의 브랜드 파워가 강해졌고, 최근 수주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은 삼성물산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 건설사업 위축된 삼성물산, 5년 만에 재등장
삼성물산은 최근 래미안의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 영상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래미안의 주거가치와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새 영상은 '언제나 최초의 새로움'이라는 슬로건으로 입주민들이 래미안 아파트에서 보내는 일상을 담아냈다.
삼성물산은 "5년 만에 주택 정비사업 시장에 복귀하면서 소비자들이 래미안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며 "그 동안 래미안이 발전시켜 온 새로운 집의 가치를 보여주려고 한다"고 영상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래미안 브랜드가 '2020년 한국산업 브랜드파워' 조사에서 아파트 부문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는 삼성물산이 5년 만에 신반포15차와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등 강남 대형 재건축사업장 수주전에 나선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서초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수주에 실패한 이후 '클린 수주' 방침을 앞세워 최근까지 재건축‧재개발 사업 수주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뤄졌던 시기로, 합병비율 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지배구조 이슈가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이 대외 활동을 자제하기 시작했던 시기와도 맞물린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삼성물산 건설부문 실적은 제자리걸음을 했고 최근들어선 급격히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게 절실해졌다는 얘기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지난해 매출액은 11조6530억원으로 전년대비 3.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5.1% 급감한 6040억원에 그쳤다.
특히 올해는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의 임기 마지막 해다. 이 사장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 2020년을 새로운 10년의 시작점으로 인지하고 성장과 새로운 먹거리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건설부문 실적보다는 그 동안 시공사 선정 경쟁이 워낙 과열되면서 클린 수주를 실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정부 정책 뿐 아니라 조합원들도 클린 수주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수주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래미안 경쟁력 높지만 5년 공백 무시 못해
6년째 국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1위를 유지하고 래미안 브랜드를 보유한 삼성물산이지만 5년 만에 돌아온 정비사업 수주 시장 환경은 만만찮게 변했다.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XI)는 래미안 못지않은 브랜드 경쟁력을 갖췄고,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은 각각 '디에이치'와 '아크로', '푸르지오 써밋'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며 정비사업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호반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도 그 동안 쌓은 주택사업 실적과 자금력을 앞세워 서울 강남 진출을 노리고 있다.
실제 신반포15차 시공사 선정에는 삼성물산을 비롯해 대림산업(아크로)과 호반건설 등이 참여한 상태다.
무엇보다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로 수주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사업장이 줄었다는 점은 건설업계 뿐 아니라 삼성물산도 넘어야 할 산이다. 그 만큼 시공사 선정 경쟁은 치열해져 아무리 래미안이라도 수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 삼성물산을 바라보는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물밑으로 강남에서 브랜드 선호도를 조사해보면 최근 활동이 없었음에도 래미안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오고 있다"며 "강남에선 브랜드를 곧 집값이라고 여기고 있는 만큼 래미안 영향력이 여전히 상당한 듯 하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래미안 브랜드 경쟁력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동안 다른 건설사들의 브랜드 인지도나 고급 아파트 시공 능력도 상당히 높아졌다"며 "워낙 수주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