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주택 시장은 3040 세대를 중심으로 한 '패닉 바잉'이 최대 이슈였다. 정부는 젊은 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고자 고가‧다주택자를 겨냥해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 등 수요 억제에 중점을 둔 대책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3040으로부터 역풍을 맞았다. 정부 정책에 내성이 생기면서 집값은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3040의 패닉 바잉을 부추긴 꼴이 됐다.
이에 정부는 3기 신도시 뿐 아니라 서울 도심 내 유휴 국공유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으며 불안심리 달래기에 나섰다. 이 영향으로 최근 집값 상승세는 다소 주춤한 상태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전보다 상승 폭은 줄었지만 집값 상승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특히 서울 주요 단지의 실거래가는 여전히 높아 하향 안정화를 논하기에는 이르다. 추석 이후 집값의 향방을 예측해야 수요자들도 내 집 마련 시기를 저울질 할 수 있는 상황이다.
◇ 상승세 주춤? 거래 품귀 속 실거래가는 올라
갭투자 차단을 위한 전세대출 강화, 재건축 단지의 집주인 실거주 의무화 등 규제를 담은 6.4 대책 후 집값은 크게 요동쳤다. 그동안 잦은 규제 대책에도 2~3개월 지나면 잠잠하던 집값이 다시 오르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서둘러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6월 한 때 서울 집값 변동률은 0.28%로 치솟기도 했다. 이후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대책을 발표하면서 상승 폭은 점차 축소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3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9% 올랐다. 수도권은 0.07% 상승했고, 서울은 0.01% 수준의 보합권을 유지했다.
상승 폭은 줄고 있지만 여전히 실거래가는 조금씩 오르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올 1분기 33억7000만원 선에서 거래된 이후 2분기 잠시 조정기를 거쳐 9월에는 35억9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강북 지역도 다르지 않다.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2단지 전용 59㎡도 1분기 13억4000만원에서 2분기 13억7000만원, 지난 15일에는 14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집값이 조정을 받으려면 기존보다 낮은 가격에서 거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시장은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거래도 줄었다. 8월 기준 서울과 수도권 주택 매매 거래량은 1만3514건, 3만5290건으로 전달보다 45.8%, 43.1% 줄었다.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해도 21.2%와 9.3% 감소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반포자이와 송파 리센츠 등을 거론하면 실거래가가 떨어지고 집값이 안정되는 것으로 평가했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따르는 이유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려면 조정된 가격으로 다수의 매물이 나와야 하는데 현재는 거래할 수 있는 매물 자체가 많지 않다"며 "집값 상승폭은 줄었지만 조금씩 오르는 분위기이고 당장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 내 집 마련, 이번엔 결단 내릴까
이처럼 현재 수도권 주택 매매시장은 눈치보기 장세가 계속되며 일부 단지에서 크게 오르지 않은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내 집 마련을 계획하고 있는 실수요자 입장에선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특히 수도권 주택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강남4구(강남‧사초‧송파‧강동구)의 집값에 거품이 존재한다는 분석도 나오면서 수요자들은 더 헷갈릴 수밖에 없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24일 워킹페이퍼를 통해 강남4구를 포함한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여러 전망들이 혼재한 가운데 실수요자들은 거품이 빠지기를 기다리며 집값 변곡점이 언제쯤 나타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 6월부터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온 대출)로 주택을 매입하며 시장을 주도했던 3040세대 가운데 아직 집을 사지 못한 대기 수요의 움직임이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에도 주택 시장이 크게 움직이기 보다는 관망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 집 마련 전략도 기존의 신중한 접근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거시경제가 충격을 받았고 집값 상승에 대한 부담, 정부 정책 영향 등으로 집값 하방 압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내 집 마련을 계획하고 있다면 경기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시점까지 시기를 미루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규정 소장은 "3기 신도시나 사전청약 기회를 노릴 수도 있지만 입주까지 대기 기간도 길고 당첨을 장담하기 어렵다"라며 "자금여력이 된다면 주택 매입 시기를 미룰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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