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셋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갭투자 움직임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값 상승세는 주춤한데 반해 전셋값은 크게 올라 이전보다 적은 여윳돈만으로도 집을 매입할 수 있어서다.
갭투자를 막기 위해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의 문턱을 높였지만 현금 부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전셋값 상승이 지속된다면 집값 불안도 다시 나타날 수 있어 갭투자 활성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강북 중심 전세가율 상승…전세 호가 계속 오를 듯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0.1%를 기록했다. 지난 1월 50.3%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는 숫자이지만 최근 전세거래가 많지 않고, 시장에서 전세 호가 자체가 크게 오르고 있어 실질적인 전세가율은 이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세가율이 높지 않은 것은 매매가격이 워낙 올라있어 나타나는 착시현상으로 전세 가격 자체가 낮은 것은 아니다"라며 "워낙 전세 매물이 적어 거래가 되지 않고 호가는 계속 오르고 있어 실제 전세가율은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재건축 단지가 많은 강남보다는 강북 지역의 전세가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구(52.4%)와 성북구(57.8%), 강북구(58.7%)와 중랑구(61.8%) 등은 전세가율이 60% 전후를 기록했다.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1단지 전용 59㎡의 경우 올 초 전세가는 6억5000만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졌지만 가장 최근에는 7억2000만원에 거래가 신고 됐고, 현재 호가는 이보다 높은 8억원 수준이다. 이로 인해 연초보다 전세가율은 2%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성북구 길음뉴타운 8단지 전용 59㎡도 최근 실거래가 대비 전세가격이 71.2%로 연초보다 전세가율은 1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전세가율은 낮지만 집값 상승 기대감이 높은 강남과 용산 등은 갭투자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실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초구와 강남구의 주택거래 중 갭투자 비율(자금조달계획서상 전세보증금 승계 조건)은 각각 72.4%, 62.2%를 기록했다.
박상혁 의원은 "갭투자는 내 집 마련 목적보다 투기적 성격이 강해 최근 수도권 집값 상승에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정부는 앞서 발표한 갭투자 방지 대책을 철저히 시행해 집값 안정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출 문턱 높였지만…현금부자에겐 무용지물
박 의원의 지적대로 정부는 갭투자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고 이를 막기 위해 대출 문턱을 크게 높였다.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금부자들에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강북의 경우 3억~4억 정도만 있으면 집을 매입할 수 있고 단기간 시세차익 실현도 가능한 까닭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는 전세 매물을 줄어들게 할 뿐 아니라 넘치는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게 하는 근본적 원인"이라며 "특히 대출 없이도 집을 살 수 있는 현금부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갭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전셋값의 지속적인 상승세와 함께 갭투자가 다시 활성화될 경우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집값 안정도 더욱 멀어질 수 있다. 최근 집값 상승폭이 줄며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고준석 교수는 "전세가격은 집값을 밀어올리기 때문에 최근 전세시장은 갭투자에 대한 우려 뿐 아니라 집값 불안도 야기할 수 있어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선 전세매물이 늘어나야 하는데 공급부족이 계속되고 있어 이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정부의 규제로 갭투자가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전셋값 상승에도 서울 집값 자체가 워낙 비싸 일부 현금부자를 제외하면 대출 없이 집을 매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또 전세가율이 높아 집을 사기 쉬운 지역들은 집값 상승여력도 높지 않아 갭투자 목적인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도 낮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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