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상승폭을 줄이며 일부 단지에선 실거래가가 떨어지는 보이지만 또 다른 단지에선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보이는 매수세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신고가를 기록한 거래는 실수요자가 대부분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정부가 주택시장에서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신규 주택 공급 확대 계획을 발표하며 집값 안정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여전히 무주택자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 집값 보합에도 신고가 기록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1%로 전주와 같다. 특히 강남구는 0.1%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재건축 단지와 대형 평형 위주로 호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 이후 수도권 집값은 상승폭을 줄이며 보합권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선 실거래 가격이 떨어지기도 했다. 마포구 공덕파크자이 전용 84㎡는 지난 9월 16억3000만원 선에서 실거래가 이뤄졌지만 한 달 후인 이달 9일에는 15억원에 거래(서울부동산정보광장)된 것으로 신고됐다.
종로구의 경희궁자이 역시 8월에는 전용 84㎡가 17억8500만원까지 올랐지만 최근에는 17억원까지 거래가격이 떨어졌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달 들어 관악구 성현 동아아파트 전용 84㎡는 8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1년 만에 1억원이 오른 가파른 상승세다. 노원구 상계주공 7단지 전용 59㎡도 7억7500만원에, 같은 평형의 서초구 방배2차 현대홈타운은 14억원에 거래됐다.
국내 최고급 단지인 용산구 한남동의 한남더힐 전용 243㎡는 77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새 기록을 썼다.
◇ 아직 잡지 못한 실수요자 불안심리
이처럼 중저가 주택과 고가주택 단지에서 동시에 신고가를 기록하는 현상은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로 현재 주택시장에선 1주택 보유를 실수요로 여기고 있고, 소득에 따라 내 집 마련 전략이 달라지면서 고가와 중저가 주택 모두 신고가를 기록하는 상황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체 불가능하고 주거 상향 이동의 종착지로 여겨지는 강남과 용산 등 일부 고가주택에 대한 선호도는 고소득자 중심으로 집중되고, 이들 지역은 투자 매력도도 높아 비싼 가격에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저가 아파트 단지는 중산층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는데 현재 이들은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남아 있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로 최근 시장에서 집을 산 사람들은 대부분 무주택 실수요자"라며 "정부 기대와 달리 다주택자발(發) 주택 매물은 많지 않은데 심각해지는 전세난과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일부 실수요자들이 높은 가격에도 집을 사는 게 신고가를 기록하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최근 신고가를 기록한 단지의 주택 매입은 대부분 무주택 실수요자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대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을 비롯해 주택 시장에 변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자금여력이 있는 고소득자는 차치하더라도 무주택 실수요자 입장에선 불안 심리에 휩싸여 비싼 값에 집을 샀는데 향후 집값 하락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할 경우 가계 부담이 너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고종완 원장은 "주택 가격 사이클을 보면 영원히 집값이 오를 순 없는데 최근 규제 영향으로 집값이 떨어져야 하는 시점에도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며 "외부 요인에 의해 경제가 출렁인다면 부동산 시장이 가장 취약할 수 있어 현 시점에 영끌로 집을 사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