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세시장의 불씨가 매매시장으로 옮겨 붙는 모습이다.
그 동안 잠잠했던 지방 집값이 꿈틀대기 시작하더니 수도권도 전세 불안이 심화하자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가 늘고 있어 언제든 집값이 튀어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서둘러 공공임대 확대 공급 등 전세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따라 매매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 들썩이는 지방 집값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21%로 전주보다 확대됐다. 수도권(0.15%)과 서울(0.02%)은 전주와 같은 수준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지방 시장이 무섭게 달아올랐다.
지방 집값은 0.27% 올라 8년2개월여 만에 가장 가파른 기울기를 나타냈다. 특히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0.56% 오른 부산은 전체적인 개발호재가 있고, 대구도 투기과열지구인 수성구를 중심으로 0.39%나 상승했다.
무엇보다 지방 광역시의 매수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KB부동산 리브온 분석결과, 부산의 매수우위지수는 95.9로 전주보다 6포인트 올랐다. 대구와 대전도 108.9와 103.8로 상승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시장에서는 수도권 규제지역을 피해 지방 비규제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옮겨갔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전국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전세 불안으로 인해 세입자들이 매수로 전환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울산과 대전 등은 신규 입주 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가격 상승 요인이 있다"면서도 "반면 대구와 부산 등은 주택 공급이 꾸준하고 규제지역임에도 집값이 오르고 있는데, 이는 투기수요가 일부 유입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방은 그 동안 집값 오름폭이 크지 않았는데 인구 유입 등 특별한 요인이 없음에도 일시적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임대차보호법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 지방 전세 뿐 아니라 집값에도 영향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 수도권도 폭풍전야?
지방 뿐 아니라 수도권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수도권 전세가격 변동률은 0.25%, 서울도 0.14%로 전주보다 각각 0.02%포인트 오르며 가격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언제든 매매시장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서울은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는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상계대림e편한세상과 상계주공2단지(고층), 하계동 장미 등은 매매가격이 500만~2500만원 가량 올랐다.
함영진 랩장은 "고가주택은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전세불안에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가 늘면서 덜 올랐던 서울 강북이나 경기 외곽지역 집값이 오르고 있다"며 "이와 함께 여전히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 비규제지역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정부도 김포 등 비규제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민들의 주거불안을 야기하는 전셋값 급등을 막기 위한 전세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LH나 SH 등이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방식을 포함한 단기 공공임대 물량을 늘리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이번 대책이 흔들리는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지 여부다. 고준석 교수는 "전셋값 불안은 집값을 올리는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전세시장이 안정되면 집값 상승 조건 중 하나를 없애는 것"이라며 "다만 이번 대책에 수요자가 원하는 아파트가 아닌 비 아파트 전세 매물이 다수 포함돼 있다면 전셋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