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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재개발 '대못 규제' 6년 만에 뽑히나

  • 2021.05.23(일) 08:00

2015년 '주거정비지수제' 이후 신규 재개발구역 '0'
오세훈 시장 내주 예고한 재개발규제완화방안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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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여년간 서울시 내 신규 재개발 구역지정 현황입니다. 여전히 서울 곳곳에 노후된 주거지들이 있는데 왜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한 곳도 없을까요?

바로 2015년 도입된 '주거정비지수제' 때문인데요.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서 재개발의 '대못 규제'로 불릴 정도입니다. 업계에선 오 시장이 후보 시절부터 주거정비지수제 폐지를 주장했던 만큼 대못이 뽑히기만을 기다리는 분위기인데요.

오 시장이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재개발규제 완화방안'에도 주거정비지수제를 손질한 내용을 담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과연 민간 재개발시장에도 볕이 들 수 있을까요?

주거정비지수제가 '대못'인 이유

주거정비지수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2015년 발표한 '2025 정비기본계획'에서 도입됐습니다. 정비사업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정량적·정성적 평가 방식인데요. 

이전엔 구역면적, 노후도 등 필수항목 2개를 충족하고 선택항목(호수밀도,접도율,과소필지) 중 1개 이상을 충족하면 정비구역 지정이 됐습니다. 반면 주거정비지수제는 ▲대상지 선정기준 충족 ▲주거정비지수 70점 이상 ▲도시계획 심의 등 3개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대상지 선정기준(1단계)은 대지면적 1만㎡ 이상, 노후동수 2/3 이상, 노후도 연면적 60% 이상, 주민동의율 2/3 이상이어야 합니다. 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되기 위한 기본요건인 셈이죠. 

이를 바탕으로 주거정비지수(2단계) 점수를 매기는데요. 주민동의비율 40점, 노후도 비율 30점, 도로연장률 15점, 세대밀도 15점 등 총 100점 만점에 70점을 넘어야 합니다. 

이 점수도 충족했다면 정성평가(3단계)를 합니다. 도시계획 심의를 받는건데요. 거주자 현황, 지역 특성, 신축건물비율, 자가평가자료 등을 검토해서 최종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업계에선 이 항목들 중 '노후도' 평가의 허들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노후 주거지일수록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기존 집을 허물고 새로 집을 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또 재개발 입주권을 노리고 만든 '깡통 빌라' 등도 문제가 됩니다. 신축 건물이 많아지면 노후도 평가가 불리해지고 입주자들이 늘면서 주민동의를 받기 힘들어지거든요. 

이는 당시 박원순 시장의 부동산 정책 기조인 '정비사업보다는 도시 재생', '전면 철거보다는 수선'을 뒷받침하는 정책이었는데요. 결국 주거정비지수제는 재개발의 '대못 규제'로 작용하며 사업 추진이 힘들어졌고요. 2015년 이후 서울 내 신규 재개발지정 구역은 전무합니다.

재개발규제완화방안 눈길…손질?폐지?

이와 반대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에 방점을 뒀습니다. '스피드 주택공급'을 위해선 상대적으로 빠른 공급이 가능한 정비사업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본건데요. 

그 중 하나로 정비지수제 폐지를 내세웠습니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정비지수제를 없애고 노후주거지의 신규구역지정을 활성화해 연간 7000가구씩 5년간 3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는데요. 

이르면 내주 재개발규제 완화방안에 이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 시장은 지난 17일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시의 주택공급 확대 의지를 밝힐 수 있는 재개발 대책을 준비중"이라며 "주거정비지수 개선 등을 포함한 재개발 활성화 방안을 일주일 내지 열흘 내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 시장이 '개선'이라고 표현한 만큼 전면 폐지보다는 노후도 기준 정도를 손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렇게만 돼도 재개발 해제 구역 등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노후 주거지가 많고 옛 뉴타운 해제 지역이 다수 포진해 있는 강북 지역에 재개발 훈풍이 불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성북5구역 등 노후 건물수가 많지만 신축 빌라 등이 난립하면서 연면적 노후도 점수가 낮은 지역들의 기대감이 높습니다. 

다만 부작용도 우려됩니다. 

노후도 기준을 손본다고 해도 '주민동의' 허들이 높고요. 민간 재개발이 활성화되면 현 정부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공공주도의 정비사업과 충돌할 수 있거든요. 향후 주거정비지수제를 전면 폐지할 경우엔 과거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개발도 우려되고요.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로서는 주거정비지수제 손질이 아니고서는 당장 할 수 있는 재개발 활성화 방안이 없다"며 "과격하게 전면 폐지로 가긴 힘들테고 수정·완화 정도로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뉴타운을 만들었다가 흐지부지 되거나 정비사업을 추진하다 조합 내부 문제로 사업이 오랜 기간 정체하기도 하는 사례가 많고, 공공주도 정비사업과의 마찰도 일부 예상되기 때문에 요건만 완화한다고 주택공급이 빨라질거란 확신을 하긴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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