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에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새 임대차법에 이어 저금리, 증세 등이 맞물리면서 전셋값 상승이 멈추질 않는데요.
내년엔 더 먹구름입니다. 전세대출도 총량 관리에 포함하면서 문턱이 높아질 예정인 데다 계약갱신청구권 기한 만료(2년)에 따라 불안이 더 커질 전망인데요. 시장에선 이러다 전세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이대로 '월세의 시대'에 접어드는 걸까요?
'전셋값이 미쳤어요'…5개월만에 1억 상승
전셋값 상승세는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습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중위전셋값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4억원대였는데요. 지난해 10월(5억804만원) 5억원을 넘어서더니 올해 3월(6억63만원) 6억원을 돌파했습니다. 5개월 만에 1억원이 뛴 셈인데요.
앞서 서울 중위전셋값이 4억원(2016년10월, 4억229만원)에서 5억원(2020년10월)으로 앞자리가 바뀌는데는 꼬박 4년(48개월) 걸린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상승입니다.
지난해 7월31일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면서 매물이 귀해진데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지자 늘어난 세금부담을 세입자를 통해 충당하려는 조세 전가 현상까지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되는데요.
그러자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선 보증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고 은행에 예치해봤자 이자가 얼마 안 되니 매달 임대료를 받는 편이 이득이니까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량은 총 8만5872건으로 전년 동기(10만2935건) 대비 16.5%(1만7063건) 감소했고요.
반면 월세, 반전세 등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매물의 거래량은 총 4만9061건으로 전년 동기(4만2420건)보다 15.6%(6641건) 증가했습니다.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29.1%에서 36.3%로 늘었고요.
멀지 않은 '월세의 시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세시장의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격이 내리려면 공급이 늘거나 수요가 줄어야하는데 그럴만한 요인이 부족하니까요.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셋값이 내리려면 물량이 증가하거나 전세수요가 감소해야 하는데 입주물량은 줄고 있고 대출은 막혀서 매매 대신 전세로 눈을 돌리는 실수요자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며 "전세보다는 월세나 반전세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관련기사:대출규제, 부동산시장 '소용돌이'…'전세' 더 자극할라 (10월26일)
실제로 지난 26일 대출규제 강화를 발표한 직후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 매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대출규제로 인해 매매수요 일부가 전세로 옮겨가는 '전세 갈아타기' 현상으로 분석됩니다.
가뜩이나 전세난이 이어지고 있는데 추가 수요가 더해지면 전셋값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더군다나 내년부터는 전세대출도 대출 총액 산정에 포함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과도하게 지속되면 전세대출도 DSR 40% 산정에 포함될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경고가 있었던 만큼 전세 부담이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내년 8월부터는 지난해 계약갱신청구권(2년)을 사용한 전세물건들이 신규 계약으로 전환되는 시점인데요. 신규계약은 전월세상한제(인상폭 5% 제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큰 폭의 가격 인상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입주 물량 감소세도 전세난을 가중할만한 요소입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22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1년 16만4000가구, 2022년 16만1000가구, 2023년 15만 가구로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시장에선 이런 이유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며 전세제도 자체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데요.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출규제 강화로 갭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전세 비중이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임대차 시장이 전세 중심에서 월세로 변화하는 과도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히 서울처럼 실수요가 풍부한 지역에선 전셋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월세 전환 움직임이 더 활발할 수 있다"며 "전세 매물이 아예 사라질 수는 없고 스펀지에 물 스며들듯 시장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