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 부동산은 가격 떨어질 때 사두셔야 돼요. 그래야 임대료라도 벌죠"(한 부동산 중개업자)
최근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생활형숙박시설 등 이른바 '수익형 부동산' 매물이 눈에 띄게 시장에 나오고 있다. 금리가 빠르게 치솟고 주택 매수 심리가 꺾이면서 '아파트 대체제'라는 강점이 사라진 탓이다.
수도권 외곽 지역을 비롯해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일부 단지들도 '무피'(프리미엄 붙지 않은 분양권)·'마피'(분양가보다 떨어진 가격) 매물이 쌓이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폭탄 돌리기'를 우려하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 불장에서 불황으로..
한때 아파트 대체제로 풍선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최근 들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통상 수익형 부동산은 대출·세금 등 강한 규제를 받는 아파트와 달리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지산), 생활형숙박시설(생숙) 등 비주택 상품을 칭한다.
한동안 투자자들이 아파트 규제를 피해 수익형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몸값이 치솟고 청약 경쟁이 치열해졌으나,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시장 전반이 침체하자 수익형 부동산 시장도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불장'이었던 오피스텔도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수도권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05% 떨어져 지난 2020년 11월 이후 1년9개월만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도 지난 7월 -0.03%, 8월 -0.07% 등 두 달째 내리막세다.
오피스텔은 특히 지난 2020년 7월11일부터 주택 수에 포함(주거용 오피스텔)되고 올해 1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받으면서 투자 수요가 점점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지식산업센터와 생활형숙박시설은 '무피', '마피' 매물이 속속 눈에 띄고 있다.
지산은 제조업, 지식산업, 정보통신업을 영위하는 기업과 그 지원시설이 복합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3층 이상의 건축물로 '아파트형 공장'이 전신이다.
생숙은 지난 2012년 등장한 상품으로 취사시설 등을 갖춰 장기 투숙이 가능한 숙박시설이다. 두 상품 모두 주택 수, 전매제한 등에서 자유롭다.
이들은 비규제 상품으로 아파트 대체제로 각광받았지만 매매가격 대비 대출액 비중이 높은 상품 특성상 금리가 오르자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 투자자들이 잇따라 '손절'하는 분위기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전국 481곳에 불과했던 지식산업센터는 올해 6월 기준 1369곳으로 늘었다. 지난해 8월 서울 마곡지구에서 분양한 생숙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평균 경쟁률 657대 1을 기록하며 그 인기를 증명했다.
그러나 최근엔 수도권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권을 던지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지식산업센터 마피 급매합니다", "생활형숙박시설 분양권 무피 전매 있어요" 등의 글이 다수 포착된다.
신한옥션SA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에 나온 지산 개별 호실은 총 307건으로 최근 5년(2017~2021년) 중 가장 많았다. 경기 과지식정보타운에서 지난 7월 분양한 생숙 '과천 중앙하이츠 렉서'는 교통 호재 등이 있음에도 평균 청약 경쟁률 2.5대 1에 그쳤다.
월세 수익 이득?…"금리가 문제"
이처럼 수익형 부동산들이 빠르게 식고 있지만 일부 기대 심리를 자극하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실제로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선 "집값이 떨어질 때일수록 아파트보다 수익형 부동산으로 임대 수익을 올리는 게 유리하다"며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주택 매수 심리가 떨어져 집값 상승으로 인한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임대 수익을 내는 게 더 유리하다는 뜻에서다. 아울러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전세보다 월세 수요가 높아지는 시장의 분위기를 활용해야 한다고 보기도 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월세통합 가격지수는 101.8를을 기록, 전월대비 0.09% 상승했다. 월세통합 가격지수는 순수 월세, 준월세, 준전세를 모두 합친 결과로 2019년 8월 이후 36개월 연속 상승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익형 부동산이야말로 금리 인상 여파를 직격탄으로 받는 시장이라고 보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수익형 부동산 투자는 저금리 시대가 끝나면서 유행이 끝났다"며 "한창 유행할 때 준공 승인을 받아 점점 입주 물량, 공급 물량이 많아지고 있어 수익률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부동산 상승기에 분양한 것들은 분양가도 높기 때문에 수익률을 더 기대하기 힘들고 실거주가 안 되는 생숙의 경우 임대수익률을 뻥튀기해서 분양했던 단지도 많다"며 "무피, 마피를 줘서라도 빨리 탈출하려는 '폭탄 돌리기' 분위기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현 시장 상황을 봤을 땐 자본 차익뿐만 아니라 임대 수익을 올리기도 어려워 보인다"며 "대출 금리 5%로 투자했으면 월세로 5%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입지가 좋은 일부 단지가 아닌 이상 생각보다 월세 수요가 높지 않아 충분히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시황이 좋을 때 준공 승인이 많이 됐기 때문에 점점 물량이 쏟아지고 있어 어떻게든 싸게 넘기려고 하고 있으니 입지 등을 충분히 분석하고 최대한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