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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아파트 '출렁'이면 생숙은 '휘청'?…마피가 온다

  • 2022.07.12(화) 06:30

아파트 규제에 대체·틈새상품으로 생숙 인기
청약경쟁률 세자릿수도…지금은 '마피' 등장
실거주 불가 등 한계…"차라리 오피스텔 전환"

'생숙(생활형숙박시설) 마피 팝니다'

아파트 시장에 찬바람이 분다면 생숙은 그야말로 혹한기다. 곳곳에서 '초피'(분양권 당첨 직후 붙는 프리미엄), '무피'(프리미엄이 붙지 않은 분양권) 매물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단지에선 '마피(분양가보다 떨어진 가격)' 매물도 쌓이고 있다. 

한때 아파트 대체상품으로 인기 몰이를 하던 생숙의 위상이 추락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이 얼어붙을수록 비주택 시장에서 '생숙 던지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생숙,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

최근 프리미엄이 붙지 않은 생숙 분양권이 매물로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2012년 등장한 생숙(레지던스)은 취사시설 등을 갖춰 장기 투숙이 가능한 숙박시설을 말한다. 주택이 아닌 숙박시설인 만큼 투자용 또는 임대용으로 활용됐으나 집값 급등기에 '틈새 시장'으로 관심받기 시작했다. 

아파트는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세금, 청약, 매매 등 전방위적으로 규제가 생기자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규제 무풍지대'인 생숙으로 수요가 이동한 것이다. 

생숙은 비주택이라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고 청약통장 없이도 분양받을 수 있다. 특히 분양계약 즉시 전매가 가능해 '피'(프리미엄) 받고 팔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인기몰이를 했다. 

'고급화'까지 더했다. 층수를 높이 올리고 하이엔드 특화설계를 적용하며 아파트와 비슷하게 구성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해 분양 시장에선 평균 청약 경쟁률이 세 자릿수인 생숙 단지가 줄을 이었다. 

△부산 동구 '롯데캐슬 드메르'가 356대 1(지난해 3월 분양) △충북 청주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이 862대 1(지난해 8월 분양) △경남 창원 '힐스테이트 창원 센트럴'은 224대 1(지난해 12월 분양) 등의 평균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가 올 들어 빠르게 식고 있다. 아파트 시장이 냉랭해지면서 전반적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자 비주택 상품도 연쇄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투자는 하고 싶은데 주택은 규제가 많고 대출이 안 나오니 생숙으로 수요가 몰렸다"며 "그러면서 공급이 이어졌는데 최근에 매수세가 꺾이자 수익형 상품인 생숙 등 비주택부터 발을 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도 '생숙 급매 처분합니다', '생숙 초피 팝니다', '생숙 전매, 마피 협의가능' 등 분양권을 싸게 처분하려는 수분양자의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청약 시장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반영되는 모습이다. 

이달 경기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분양한 '과천 중앙하이츠 렉서'는 월판선, 과천위례선, GTX-C노선 등의 교통 호재가 있음에도 평균 청약 경쟁률은 2.5대 1을 기록했다. 

유일한 희망은 '오피스텔' 전환?

하지만 시장에선 아직까지 생숙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일부 포착된다. 

대형 건설사가 시공했거나 입지적 강점이 있는 단지 등은 향후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투자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 남양주에 공급하는 '별내자이더스타 이그제큐티브' 생숙이다. 이곳은 지난달 전용 59~92㎡ 604실 모집에 1만305명이 청약하면서 평균 경쟁률 17대 1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7억~12억원대로 시세보다 비쌌지만 '자이' 브랜드에다 별내역 역세권, 교통 호재 등이 작용하면서 흥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생숙의 '용도 변경'에도 희망을 거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향후 2년간(2023년 10월14일까지) 기 사용승인을 받은 생숙의 용도를 오피스텔로 변경하면 건축 기준을 일부 완화해서 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발코니 설치 금지, 전용출입구 설치, 바닥난방 설치 제한 등 오피스텔 건축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할 수 있다. 

현행 생숙은 숙박시설이라 전입신고 및 실거주가 불가한데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하면 거주도 가능하다. 다만 규제 완화 한시 적용 기간이 지나면 주거 용도로 쓰는 생숙 소유자에게 매년 시세의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주택 시장의 가격이 꺾이면 비주택 시장 또한 연쇄 효과가 나타나는 데다 오피스텔 용도 변경도 마냥 쉽지만은 않아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생숙은 오피스텔에 비해 면적이 크지만 가격은 저렴해서 투자 수요가 높았는데 요즘은 분양가가 상당히 높아졌다"며 "전반적으로 매수 심리가 떨어진 상황인데 비주택이라 원하는 가격에 팔리지 않을테고 그렇다고 숙박업을 하기엔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아직 많지 않아서 투자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용도변경 규제 완화는 계도 기간이 끝나면 생숙을 주택으로 쓰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라며 "이제 주거 대체 상품으로 보기도 힘들기 때문에 수요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만 소장도 "생숙은 주력 상품이 아닌 틈새 상품이기 때문에 장기 보유 목적이 아니라 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 너도나도 던지면서 폭탄 돌리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은 분위기가 점점 더 심해질 수 있으니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하거나 처분하는 등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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