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했어요. 번번이 무산되면서 실망도 많이 했고요. 포기하다시피 했는데 드디어 진척돼 너무 좋습니다." (50대 거주자 A씨)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만난 주민들은 하나같이 재건축 추진에 대한 기대감을 내보였다. 이날 오후 단지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주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계획 수립안' 통과 소식이 전해진 후 주민들 사이에선 활기가 도는 듯 했다. 조합설립인가부터 남은 과제들이 산적했지만 한시름 덜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관련 기사:[집잇슈]은마, 강남 재건축 신호탄?…서울 전역 확산은 '글쎄'
2002년 은마아파트를 매입했다는 A씨(50대)는 "재건축 조합원 2년 거주의무 방침이 나오면서 지난해 입주했다"며 "이사비·인테리어 비용 등을 많이 들여 이사를 왔는데 실거주 의무가 백지화된 이후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는데 20여년 만에 소원성취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은마아파트에 20년째 거주하고 있는 B씨(60대)는 "아파트가 오래돼서 천장이 다 내려앉는 등 상태가 좋지 않다"며 "공사가 빨리 진행돼서 하루빨리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은마아파트의 최고 층수는 35층이지만 최고 층수를 50층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4년간 실거주를 한 후 지금은 옆 동네에 살고 있다는 C씨(60대)는 "조합 설립 후 서울시 35층 규제가 폐지되면 최고 층수를 높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어렵게 얻은 기회이니만큼 공사비 아끼지 않고 제대로 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C씨는 "부동산 가격이 막 올라갈 때는 시장을 자극할까 봐 정부에서도 허가를 안 내주는 등 재건축은 꿈도 못 꿨다"며 "시장도 안정되고 아파트도 부족하니 허가가 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재건축 통과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집값이 하락세를 보였고 서울 강남구도 올해들어 현재까지(17일 기준) 0.73% 하락했다.
재건축 심의 통과 호재로 중개업소도 바빠졌다. 은마아파트 상가 내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집주인들로부터 진짜 재건축 통과가 된 게 맞느냐는 전화가 여러 통 걸려 왔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추이를 묻는 집주인들도 많다"며 "더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집주인 일부는 매물을 회수하기도 했고, 회수하려고 생각중인 집주인들도 있다"고 전했다.
은마아파트 상가 내 B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평소와 다르게 매수문의 전화가 여러 통 왔다"면서도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서 20억원이 넘는 은마아파트 매물을 실제로 매입하겠다는 수요자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주일 정도 지나면 윤곽이 잡힐 듯하다"고 덧붙였다.
은마아파트가 있는 대치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실수요자가 아니면 구매가 어렵고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대출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실제 거래가 큰폭으로 늘어나긴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서울시는 지난19일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경관심의안'을 가결했다. 은마아파트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설립한 지 19년 만이다. 이번 심의를 통해 은마아파트는 기존 28개 동, 4424가구에서 최고 35층 33개 동, 5778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