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한 규제 완화책을 쏟아내자 집주인들이 팔기 위해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당장 낮은 가격에 집을 팔기보다는 규제 완화 이후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시장에 어느 정도의 급매물이 이미 나온 만큼 매물 증가세가 다소 완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집주인들의 이같은 '버티기'는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금리 인상 기조 등을 고려하면 부동산 시장 약세와 이로 인한 매매 수요 감소 흐름이 단기간에 반전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지적이다.
'규제해제' 제외된 과천·광명서 매물 회수↑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3296개로 3개월 전(6만 1599개)보다 13.5% 감소했다. 경기도 역시 같은 기간 11만7792개에서 10만8991개로 줄었다.
이는 정부가 최근 부동산 시장 경착륙 경고음이 커지자 규제 완화 대책을 줄줄이 내놓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낮아진 가격에 급하게 팔기보다는 정부의 추가 규제 완화를 지켜보자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실제 경기도에서 광명시와 과천시 등 최근 규제지역 해제에서 제외된 지역의 매물 감소 현상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이런 심리를 읽을 수 있다. ▶관련 기사: [인사이드 스토리]과천·성남·하남·광명, 경기도 4대장? '글쎄'(11월 11일)
정부가 서울과 경기 일부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을 부동산 규제 지역에서 해제한 지난 10일 이후 경기도에서 가장 매물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경기 광명시다. 지난 10일 기준 매물이 1962건에서 28일 1702건으로 13.3% 감소했다. 2위는 과천시로 같은 기간 451건에서 393건으로 12.9% 줄었다.
반면 전월세 물량의 경우 여전히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실에 따르면 경기도 전월세 물량은 28일 기준 9만7582건으로 3개월 전(6만6356건)보다 47%나 증가했다. 서울 역시 같은 기간 5만5056건에서 8만1738건으로 48%가량 늘었다.
집을 내놔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집주인이 매물을 전월세로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규제 완화로 일단 관망세…결국 매물 쌓일 것"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의 부동산 시장 연착륙 대책 등으로 일부 다주택자 등이 추가 규제 완화 등을 기대하며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통상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경우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매물을 거둬들이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시장 침체로 간간이 나왔던 급매물이 어느 정도 소진됐다는 점에서 매물 증가세가 다소 완화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1주택자의 경우 시장 흐름에 따라 집을 팔지는 않기 때문에 최근의 흐름에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주로 다주택자의 물량으로 볼 수 있다"며 "이제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매물량이 고점을 찍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 인상이 지속하고 내년 경기가 악화할 거라는 전망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결국 매물이 쌓이는 흐름은 이어질 거라는 분석도 있다. 당장은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거라는 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가 규제 완화의 신호를 주면 다주택자 등 집주인들은 단기간 관망을 하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최근 시장 환경이 워낙 안 좋기 때문에 매물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실제 1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 매물이 그때보다 훨씬 많이 쌓여 있기도 하다"며 "여기에 더해 이제 분양 등 신규 단지 매물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