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30 세대 '영끌족'의 매수가 집중됐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의 집값이 그야말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노원구와 도봉구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 하락률은 이제 0.8%를 넘어섰는데요. 지난해 급등했던 집값이 1년 만에 빠르게 내려앉는 분위기입니다.
이 지역들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봐도 역대급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매주 사상 최대 하락 폭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앞으로 집값은 더 떨어질 거라는 전망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습니다. '바닥'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노·도·강 아파트값, 서울서 가장 많이 하락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21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50% 하락하며 전주(-0.47%)보다 낙폭을 확대했습니다. 또다시 기록을 갈아치웠는데요. 부동산원이 2012년 5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폭입니다.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 매매가 역시 전주보다 각각 0.61%, 0.40% 하락하며 낙폭이 커졌고요. 서울도 -0.52%를 기록하며 3주째 최대 낙폭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 중에서도 이른바 '노도강'이라고 불리는 외곽 지역의 하락세가 눈에 띕니다. 노원구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이 -0.88%를 기록하며 서울에서 가장 많이 하락했고요. 도봉구(-0.83%)와 강북구(-0.74%)가 그 뒤를 따랐습니다.
다만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 4구(동남권)의 집값 하락세는 완화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동남권의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은 -0.43%로 전주(-0.44%)보다 줄었습니다. 낙폭이 갈수록 커지며 서울에서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하기도 했던 송파구 역시 -0.57%로 전주(-0.60%)보다 낙폭이 완화했고요.
부동산원 관계자는 "금리 인상 예상과 가격 하락 우려 등으로 매수자는 추가 하락을 기다리면서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며 "급매물 위주로만 간헐적으로 거래가 성사되는 시장 상황이 지속되며 하락 폭이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내년 '경기 한파'…부동산 시장 위축 불가피
이처럼 역대급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바닥'은 보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집값이 앞으로 더 하락할 거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물론 내년 경기가 더욱 악화할 거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앞으로는 속도 조절을 한다고 하지만 금리는 당분간 더 오를 예정이기도 하고요.
한국은행이 지난 21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61로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7개월 연속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연말을 앞두고 국내외 기관들이 내놓은 경제전망에도 시장의 눈길이 쏠렸는데요. 우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3일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1.8%로 낮춰 잡았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24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대폭 내렸고요. 아무래도 내년에는 경기 한파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또 한 차례 올렸죠. 벌써 여섯 차례 연속 인상입니다. 미국의 경우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흐름에 따라 한국은행 역시 속도조절에 나설 전망입니다. 다만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은 그대로입니다.
이처럼 경기는 악화하고, 대출 금리 부담은 커지기만 하니 집값 하락 흐름이 뒤바뀌기는 어려울 수밖에요. 정부가 규제지역 해제에 이어 공시가격 인하로 보유세를 완화해주는 등의 방안을 지속해 내놓고 있지만 뚜렷한 변화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공시가 현실화율 2020년 수준으로…재산세는 더 낮춘다(11월 23일)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한은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은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지만, 계절적 비수기로 거래가 많지 않고 금융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거래 부진과 매수 심리 위축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멈추지 않는 한 시장의 온기가 돌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