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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두바이 뺨칠 '메가허브'…30년 대역사 완성 앞둔 인천공항

  • 2024.10.20(일) 11:11

4단계 사업 막바지…12월 '확대 T2' 개장
키네틱조형물·디지털아트에 옥외정원까지 
스마트기술로 체크인 10%, 탑승 40% 시간 단축

지난 17일 방문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은 좌우로 길게 날개를 단 듯 확장 구역이 조성돼 있었다. 두 마리의 봉황이 마주 보는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형상이라고 했다. 전설이 떠오르기보다는 오히려 미래를 향해 뻗은 느낌을 받았다. 

내부로 들어서자 봉황 깃털을 형상화한 익숙한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 잔잔한 음악과 함께 천장에 설치된 키네틱 조형물(움직이는 예술작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바닷속을 유영하는 고래 같기도, 우아한 새의 날갯짓 같기도 했다. 

공항은 더 이상 단순한 여객과 운송을 위한 장소가 아니었다. 문화·예술·휴식을 누릴 수 있는 장소로 변화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30년의 노하우'의 결정체로 꼽는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 막바지 현장을 보고 왔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확장지역 천장에 설치된 키네틱 조형물/사진=채신화 기자

공항인듯 미술관인듯 공원인듯

이날 오후 방문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하 T2) 확장 지역은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T2의 공정률은 99.7%다. 

김범호 인천공항공사 부사장 직무대행은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은 약 30년의 노하우를 쏟아부은 국가적·역점적 사업"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 항공·공항 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T2 확장(34만7000㎡ 확장)은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 중 핵심 사업이다. 인천공항 건설사업은 1992년 최초 사업 고시를 통해 30년 장기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1단계는 활주로 2개와 1터미널로 2001년 인천공항이 개항한 것을, 2단계는 활주로를 3개까지 늘리고 탑승동을 설치해 확장한 것(2008년)을 말한다. 3단계는 지난 2018년 제2터미널을 개장한 것이다. 4단계 사업은 2017년부터 시작해 이달 말 준공, 12월엔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30년 전 시작한 인천공항 계획이 4단계 건설사업을 통해서 완성체가 되는 것이다. 30년 대역사(大役事)가 일단락하는 것이다. 4단계 사업은 총 4조8405억원의 비용을 들였다. T2 확장, 활주로 1본(제4활주로) 준공, 계류장 75개소 추가, 진입도로 확장 등을 추진했다.

공사 관계자는 "올해 4단계 운영 준비에 들어가 22대 과제, 3827개의 세부실행항목을 추진했다"며 "현재 이 가운데 3530개, 92.2%를 완료했고 전체 건설 공사는 98.7%, 운영 분야는 61% 완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T2 확장 콘셉트는 △연간 국제여객 1억명 이상 이용 가능한 글로벌 메가 허브공항 △문화예술 중심의 글로벌 아트 허브 △첨단 기술 기반 디지털 대전환의 3가지로 추진했다. 

특히 각종 예술 작품과 휴식 공간이 눈에 띄었다. 확장 지역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끈 건 체크인 홀 천장에 설치된 키네틱 조형물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움직임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올해 독일 iF, 독일 레드닷, 미국 IDEA 어워즈 등 세계 3대 디자인어워드에서 수상했다. 

왼쪽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4단계 조감도. 기존 터미널 좌우로 확장했다. 오른쪽 사진은 확장 구간의 외형 일부. /자료 및 사진=인천국제공항공사, 채신화 기자

출국장과 입국장에 각각 대형 미디어아트 전광판도 있다. 다양한 예술 작품을 표출하는 동시에 출발·도착 항공기편 정보를 띄운다. 날씨도 실시간 연동해서 눈이 오면 눈 오는 효과가 화면에 적용된다. 

터미널 밖으로는 야외 정원도 조성했다. 공사 관계자는 "환승 등 대기 시간이 길 때 공항 내부에만 있으면 지루할 수 있다"며 "실외 공기도 마시고 휴식도 취할 수 있도록 자연이 담긴 야외 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동측에 조성된 중정은 한국식 정원이고 서측은 잔디 정원이다. 야외 중정으로 나가니 서울 창덕궁 승재정을 재현한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야트막한 연못과 개울이 조성돼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작은 대나무숲길도 걸을 수 있다.

대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탑승구 배치도 조정했다. 통상 탑승구마다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데 T2 확장 구간엔 2개씩 나란히 붙은 탑승구가 총 4쌍 있었다. 작은 비행기 두 대를 댈 수 있도록 해서 승객 동선을 최소화한 것이란 설명이다. 

배석주 국토부 공항정책과장은 "전통적으로 운송 담당 기능을 했던 공항이 문화 예술까지 겸비해 발전한다는 게 큰 의미"라며 "인천공항이 명실상부 메가 허브 공항이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T2 확장지역 내부 모습/사진=채신화 기자

'1억명' 이용하는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대기 시간 단축 등도 추진한다. 공사는 생체인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출국 스마트패스 및 CT X-ray 도입, 셀프체크인 및 백드롭 확대 등을 통해 체크인 시간 10%, 탑승 시간은 무려 40% 단축할 계획이다.

T2 확장지역 체크인 홀은 셀프체크인 및 백드롭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사전에 체크인했다면 스스로 수하물을 부칠 수 있어 대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셀프체크인은 2008년 도입해 초창기 이용률이 7%였지만 현재 55% 수준으로 T2 확장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쓰일 전망이다.

스마트패스는 안면인식만으로 출국장·탑승구를 통과하는 시스템이다. 직원에게 일일이 여권이나 탑승권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대기 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출입국 통합 플랫폼(가칭)도 구현한다. 기관별로 진행하던 각종 신고 절차를 원스톱 사전신고로 개편하는 것이다. 

김종현 인천국제공항공사 4단계운영준비태스크포스(TF)단장은 "입국 시 검역, 법무, 세관 등 각각 별도의 조직이 서류를 받다 보니까 작성, 제출, 검사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다"며 "모든 서류를 하나의 일체화된 시스템으로 처리할 수 있게 관계 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출입국 표준을 보면 출국은 60분, 도착은 45분인데 인천공항은 출국 여객 95%가 45분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마치는 것이 서비스 목표"라며 "스마트 공항화가 실현되면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항 내부에서 자율주행 직행셔틀도 운영한다. 복도에 보조이동수단 전용공간(길이 380m)을 조성해 교통약자, 원거리 이동자 등의 이동을 지원한다. 무빙워크보다 두 배 빠른 수준으로 한 대당 정원 4명, 총 5대를 운영한다.

T2 셀프체크인 및 백드롭 시스템/사진=채신화 기자

공사는 4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인천공항이 '글로벌 메가허브 공항'으로 도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T2 확장으로 인해 계류장 75개소, 연간 여객 2900만명, 연간 화물 130만톤을 추가 수용할 수 있게 됐다.

4개의 활주로를 통해 시간당 운항횟수도 90회에서 107회로 증가한다. 공사는 첨두 시간 슬롯 확대를 통한 항공 네트워크 강화를 기대했다. 슬롯은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다. 항공사는 당국으로부터 슬롯을 배분받아 노선을 구성·운영한다.

인천공항 전체로 봤을 땐 연간 여객 1억600만명, 화물 630만톤을 수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동북아 최대 수준이자 세계 3위 규모다. 공사는 이달 말 '그랜드오픈' 행사를 열고 종합시운전, 운영준비 평가 등을 거쳐 12월 중순께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이 변수다. 아직 두 회사의 합병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 T2의 문을 열어도 국내외 항공사 이전에 한계가 생겨서다. 김 직무대행은 "10월에 합병 결론이 나도 통합 마무리까진 2년이 걸리기 때문에 1년 정도는 비워둬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회사의 합병 및 이전까지도 마무리되면 지연 및 혼잡이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그는 "현재 T1에 여객의 65%, T2에 35% 정도가 분산돼 있다"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이뤄지면서 T1 아시아나항공이 T2로 이전하면 비율이 5대 5 수준이 돼 균형적인 공항 운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현 단장은 "4단계 사업 완료 후 인천공항은 동북아 1위 허브 공항을 뛰어넘어 이스탄불, 두바이와 함께 세계 3대 초대형 공항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차별화된 여객서비스를 제공하고 운영 경험과 노하우를 더 체계화해 초격차 공항 전문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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