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동구에 전세 낀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40대 김○○ 부장은 2017년 강남에 아파트 한 채를 더 매입했다. 기존 주택을 매각하려 했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가 8·2대책을 발표하면서 강동구를 비롯해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발이 묶였다.
2년 이상 주택 보유 시 받을 수 있었던 '1세대 1주택 양도차익 비과세(일시적 2주택자 포함)' 혜택이 2년 이상 실거주까지 해야만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사를 결정한 만큼 기존 주택 실거주가 어려웠던 김 부장은 전세 임대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강동구 소재 아파트를 '장기임대사업'으로 등록했다.
당시 정부가 전월세 임대 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적극 장려하는 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라고 해도 실거주 주택 외에 임대 목적으로 아파트를 보유할 경우 '종합부동산세' 적용을 면제해 줬다. 김 부장은 임대료에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을 더하면 대출 부담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고 봤다.
정부방침대로 임대료 5% 상한을 지키며 임대 시장 안정에 기여했던 김 부장은 지난 10·15 대책으로 갑자기 종부세 폭탄을 맞게 됐다. 기존 '종부세 합산배제 혜택'을 제외하는 내용이 대책에 담겼기 때문이다.
이젠 집을 팔려고 해도 의무 임대기간 8년이 넘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의무를 저버리면 과태료 3000만원을 물어야 한다. 종부세 폭탄을 맞거나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 시책을 잘 따랐을 뿐인데 갑작스레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상황에 김부장은 불법을 저지른 사람이 된 것만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있던 임대도 매물화…'임대 부족' 온다
취임 6개월 차를 맞은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이 민간임대 시장의 신규 공급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뿐 아니라 김 부장과 같은 기존 임대사업자까지 퇴출시켜 임대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공급 막는 10·15]②종부세 느는 '민간임대' 어쩌나(11월10일)
한국리츠협회 등 총 11개 단체는 지난 3일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에 매입형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동 건의서를 제출했다.
대한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한국주택관리협회, 대한주택관리사협회, 한국부동산마케팅협회, 한국주택임대관리협회, 한국빌딩협회 등이 함께 참여했다.
이들 협회는 현재 매입형 임대주택에 대출과 세금 등 과도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규제로 인해 매입형 임대주택 공급이 위축되고, 그 결과 임대주택 공급 부족으로 전월세 가격이 상승해 국민 주거 불안정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9·7 대책으로 조정지역 내 매입형 임대주택 사업자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대출이 전면 금지되고 10·15대책으로 종부세 합산배제가 제외됐다"면서 "매매가 묶여 임대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민간 임대시장으로의 신규진입도, 기존사업 유지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리츠협회 관계자는 "세 부담이 늘어 팔려고 해도 사업 여건이 좋지 않아 받으려는(매입하려는) 사람이 없어 팔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매입 민간임대를 옥죄고 공공으로 이를 대체하겠다는 것이지만 전체 임대시장에서 민간(순수+공공지원)임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어서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는 임대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 정권 시절 여러 대책에도 집값 상승을 잡지 못하자 임대사업자 물량이 집값을 밀어 올린다며 2020년부터 민간임대를 옥죄기 시작했던 논리와 다르지 않다"면서 "매매물량이 늘면 집값 상승분의 일부를 억제할 수 있겠지만 이는 동전의 양면처럼 임대 매물이 줄면서 무주택 서민이 임대료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가데이터처(통계청)가 발표한 '임대주택 공급현황'에 따르면 정부가 임대사업자 장려 대책을 내놓은 2017년 이후 연간 20만~30만가구 수준이던 임대주택 공급 규모는 2018년 51만4045가구로 크게 늘었다. 민간임대주택이 2017년 22만6241가구에서 2018년 33만4685가구로 47.9% 증가해서다. 같은 기간 공공임대는 13만8023가구에서 17만9360가구로 29.9% 늘었다.
2018년 정점을 찍은 이후에도 2019년과 2020년 공급 물량은 40만건을 넘었다. 공공임대 물량이 14만371가구, 12만7496가구로 줄었지만 민간임대가 26만5006가구, 28만853가구로 공급물량을 떠받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 규제 강화 이후 민간 공급물량은 큰 폭으로 줄었다. 2021년 18만9151가구, 2022년 13만1660가구, 2023년에는 6만건 수준으로 줄었다. 민간 공급 규모가 줄면서 전체 임대주택 공급규모도 15만6686가구로 2018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서울 전세매물 연초대비 21% 감소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매입형 임대주택리츠 인가 규모도 2020년 이후 크게 줄었다. 2021년부터 연간 인가받는 리츠 수가 5개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올해 인가받은 리츠는 총 4개, 991가구 규모로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146건으로 올해 초 3만1814건 대비 21% 줄었다. 2024년 연초(3만4822건)와 비교하면 27.8%나 줄어든 규모다.
이 기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2025년 3월31일 100 기준)는 2024년 1월 94.3에서 2025년 1월 99.7로 5.4포인트 올랐고, 12월에는 3포인트 상승한 102.7(1일 기준)을 기록했다. 지방의 경우 100.3으로 서울과 비교해 집값 상승이 더딘 상황에서도 전세가격 증가세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장과 같이 기존 임대사업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기존 임대사업 이탈 우려도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운영을 할 때는 세제 혜택을 받지만 임대료가 제한되기 때문에 사실상 대부분 적자로 운영한다"면서 "8~10년의 기회비용에 따라 매각차익으로 이를 보전하는 셈인데 종부세 부담이 늘면 운영기간 적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2020년 '6·17 주택시장 안정화 관리방안'을 통해 매입임대주택 양수자 취득세를 12%로 중과 적용하고, 양도자에게도 감면세액(합산배제 받은 종부세, 지방세)을 추징하도록 했다. 매입형 임대주택 사업자가 또 다른 아파트를 취득하는 것도 막았다. 가뜩이나 공급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규제가 강화돼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협회 관계자는 "매입형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주택 공급 안정화라는 정부 기조와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매입형 임대주택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이 부여돼야 건설형 임대주택 공급도 활성화될 수 있고 전월세 가격 안정과 국민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