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비리, 부실공사 등이 토목 업계를 옥죄어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걸 하루아침에 용서해달라고 할 순 없죠. 그러면 자성이 필요한데 실적이 또 목을 조르고 있습니다."
박창근 국토안전관리원장은 23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열고 "토목계가 풀어야 하는 문제 중 하나가 공사비가 제대로 책정이 안 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공사비 아끼게 하는' 구조
박 원장은 "실적 공사비(표준시장단가)라는 게 있어서, 도로를 100m 내는 공사 비용이 100원이라고 하면 현장에선 70원으로 (운영)해야 하는 게 토목계의 현실"이라며 "처음 입찰 때도 이자 상승률만 반영해 공사비의 80~90%를 책정하는데, 그 뒤에 인건비·자재비가 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현장소장도 공사비를 줄이면 유능한 것이 되고, 곧이곧대로 하면 좋은 평가를 못 받기 때문에 현장에선 공사비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된다"며 "부산 사상~하단선 싱크홀(대형 땅꺼짐)이 나서 난리가 났는데 거기도 공사비가 80%밖에 안 된다"고 했다. 현실적인 비용보다 낮은 금액으로 입찰에 참여하고, 또 그 가격 맞추다 보면 부실공사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박 원장은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인건비, 재료비, 안전비 등의 비용을 현실적으로 설계해 제대로 돈을 주고 제대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며 "다만 이런 것은 국토안전원만으로 될 일은 아니고, 토목계가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은 건설·지하·시설물의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준정부 기관이다. 관리 대상인 현장이 워낙 많고 안전원이 이들을 직접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도 없는 까닭에 다양한 주체가 함께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원장은 "전국의 토목공사 현장이 1년에 보통 15만~16만개가 있는데 안전원이 이를 전부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50억원 이하 소규모 현장을 중심으로 '안전 패트롤' 제도를 도입해 현장 밀착형 안전문화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안전 패트롤'은 예고 없이 1만5000개가량 선별한 현장을 방문해 안전진단, 맞춤형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강제력은 없는 까닭에 한계도 있다.
박 원장은 "작은 현장에 미리 알리지 않고 가면 사람이 없거나 공사가 이미 끝났거나 현장소장이 쫓아내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현장은 사전에 전화로 확인하고 가는 방침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렇게 개선 방안을 제시했음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발주처에 통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행히 올해는 사고가 감소하는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 등 노후 기반시설의 해체와 관련해서도 제도적인 안전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와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선제적 대비 체계 만들겠다"
1961년생인 박 원장은 서울대 토목공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땄다. 지난 1월 취임 전까지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정부 재난안전 분야의 핵심 국정과제 설계에 참여해 국가 재난안전체계의 방향을 수립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며 이름을 알렸다.
앞으로 국토안전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반시설 노후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지하 굴착공사의 '설계-시공-유지관리' 등 전주기에 걸쳐 체계적인 안전대책도 내놓을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설계 단계에서는 지하안전평가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지하수, 차수공법, 지반안전성'의 3대 핵심요소를 바탕으로 표준 매뉴얼을 전면 개정한다.
특히 평가서의 거짓·부실 작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조속히 마련할 예정이다. 공사 단계에서는 기존의 서류 중심 지하안전조사 방식을 '현장점검 체크리스트' 방식으로 전면 전환해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위험요인이 발견될 경우 즉각적인 합동점검이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유지관리 단계는 공동탐사 장비와 전문 인력을 확충해 지반침하 고위험 지역에 대한 선제적 탐사와 지자체 지원을 확대한다.
박 원장은 "우리 사회가 복잡·다변화되면서 대형 사고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여전하다"며 "건설현장의 사망사고가 지속적으로 감축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