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트위터 막말'로 물의를 빚은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말 취임 직후부터 국회의 사퇴 압력을 받아오고 있지만, 사실상 올해 말까지 직위를 유지하며 임기 1년을 채울 채비를 마쳤다.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는 안 사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면서 파행을 겪었다. 여야의 사퇴 요구에도 안 사장이 끝까지 버티면서 기재부 국감 분위기가 험악해진 것이다.
▲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 끈질긴 생명력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안홍철 KIC 사장(사진)은 두 달 만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관련기사☞ [CEO&] '트위터 비방글'..위기 몰린 안홍철 KIC사장
그가 트위터를 통해 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을 '종북 하수인'이라고 비방한 논객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안 사장은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나라 팔아먹은 이완용보다 더 나쁜 사람이 노무현, 문재인과 그 일당들이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기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안 사장이 즉각 사퇴하지 않으면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사장을 직접 발언대로 불러세워 사퇴 여부를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안 사장의 '버티기'에 질린 야당 의원들은 기재위 회의 보이콧으로 맞섰고, 우리금융지주 매각 세제지원 등 시급한 법안 처리도 난항을 겪게 됐다. 결국 여야 간사인 나성린 의원(새누리당)과 김현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4월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른 시일 내에 본인 스스로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히면서 갈등을 봉합하고, 기재위도 정상화시켰다.
그러나 지난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까지도 안 사장은 사퇴하지 않았고, 야당 의원들은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최 부총리는 "정식 취임하면 입장을 정리해서 보고하겠다"고만 답했다. 그리고 다시 석 달이 흘렀다.
▲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답변하고 있다. |
◇ "부총리, 그동안 뭐했습니까"
최 부총리는 이날 기재부 국정감사 시작에 앞서 '매도 먼저 맞겠다'는 심정으로 임했다. 그는 "국회 기재위의 여야 합의 내용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안 사장의 사려 깊지 못한 행위에 매우 유감이며 합의한 지적을 심사숙고해 조속히 해결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본연의 국감에 임하고 싶었지만, 야당 의원들은 오히려 발끈했다. 김현미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고 해서 사람이 바뀌면 안 된다"며 "이미 여야가 합의한 문제를 가지고 이제 와서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하면, 지난 몇 개월 동안 뭘 한 것이냐"고 따졌다. 같은 당 윤호중 의원도 "단순히 직무유기나 약속 이행에 대한 정도를 넘어섰다"며 "기재위 입장에서는 완전히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야당의 반발이 계속되자 정희수 기획재정위원장이 중재에 나섰다. 정 위원장은 "부총리가 연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하니까 국감을 계속 진행하자"고 정리했다. 최 부총리도 "위원님이 말씀하신 대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양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안 사장의 거취 문제는 일단 12월까지 기한이 연장된 셈인데, 야당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김 의원은 "12월 말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이달 말도 좋고,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하도록 기대한다"고 독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