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출신의 박영선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초이노믹스'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경기부양 정책의 실효성 여부와 함께 '말 바꾸기'와 거짓말 논란에 대해 한치의 양보도 없이 공방을 벌였다.
박 의원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최 부총리와 초이노믹스를 향해 거침없이 독설을 쏟아부었다. 최 부총리가 초이노믹스의 실체에 대해 "특별한 것은 없다"고 답했지만, 박 의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달 기재부가 발표한 보도참고자료에 '초이노믹스'라고 언급한 점을 지적하며 "남이 붙여준 것이 아니라 자가발전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대통령이나 총리 이름에 '노믹스'가 붙은 적은 있지만, 장관 이름에 들어가는 경우는 없다며 최 부총리를 '왕(王) 장관'이라고 칭했다.
최 부총리의 취임 이후 석 달 간의 경기부양 정책이 '무용지물'이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동안 상승세를 타던 주식시장은 취임 직전보다 더 곤두박질쳤고, 외국인의 자금 이탈도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지방선거를 위해 경기부양하는 척하다가 완전히 신뢰를 잃어버렸다"며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를 매입한 것도 초이노믹스의 핵심인 배당소득 감면이 원인을 제공하며 실망감을 줬다"고 말했다.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 의원은 그동안 최 부총리가 금산분리와 재정적자, 담배가격 인상 등에 대한 입장이 바뀐 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장관이 얼마나 경제 철학이 없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이어 "외국인투자촉진법이 통과되면 GS칼텍스가 1조원을 투자할거라고 확신했는데, 결국 안하기로 했다"며 "말 바꾸기와 거짓말까지 일삼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답변에 나선 최 부총리는 여유롭게 웃다가 정희수 기획재정위원장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후 표정을 바꾼 최 부총리는 "모든 경제예측이 틀리면 다 거짓말인가"라고 반문하며 "일방적으로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고 발끈했다.
최근 주식시장 약세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달러강세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움직이는 것도 시장의 반응일 뿐"이라며 "주가가 빠지니까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얘기는 지나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부총리의 취임과 동시에 등장한 경기부양책은 증시와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었지만, 시장의 기대가 커지는 만큼 약발은 점점 떨어졌다. 한때 히트상품의 조짐을 보였던 '초이노믹스'는 국정감사를 맞아 오히려 야당의 공세를 받고 있다.
최 부총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애초부터 초이노믹스의 실체는 별거 없었습니다. '근혜노믹스'라고 불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