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산업에 대해 환골탈태 수준의 과감한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최 부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특히 금융산업의 보신주의를 질타했다. 구태의연한 보신주의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실패하면서 일자리와 세수 등 국가 경제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따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취임과 함께 다양한 규제 완화를 비롯한 금융개혁에 더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다만 정부가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 끊임없이 공공기관 역할을 강요하면서 돈을 더 벌어 세금도 더 내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 금융업 제 역할 못 한다
최 부총리는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조찬강연에서 금융산업에 대해 “뭔가 고장 났다”면서 작심하고 비판에 나섰다. 금융업이 국가 경제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최 부총리는 “금융권이 과거엔 10조 원 이상 세금을 냈는데 요즘에 3조~4조 원 정도밖에 안된다”면서 “부가가치는 물론 일자리와 세수 등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2003년 7%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그 이후론 10년째 5~6%대를 맴돌고 있다. 지난해 GDP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4%였다.
금융권 일자리 역시 마찬가지다. 은행과 보험, 증권 등 전방위 구조조정으로 2013년 말 85만 9000개에 달했던 금융권 일자리는 작년 말엔 80만 7000개로 줄었다.
◇ 낡은 보신주의 지목
최 부총리는 그 원인으로 보신주의를 꼽았다. 예대마진과 거래수수료 등 구태의연한 영업 방식에 의존하다 보니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서 일자리가 줄고 세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올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가 경제 재도약의 마지막 기회”라면서 “노동과 교육, 공공기관과 함께 금융을 4대 핵심 구조개혁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최 부총리는 그러면서 환골탈태 수준의 과감한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최 부총리는 금융위원회가 연초 대통령에게 보고한 핀테크와 인터넷은행 등의 금융개혁 항목에 대해 “이것 갖고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외환위기 전 금융개혁위원회가 한 정도의 과감한 구조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역동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금융개혁위원회는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을 분리하고, 금융업권 칸막이를 없애는 등 금융 판 자체를 뒤엎는 구조개혁을 주도했다.
◇ 정부의 이중잣대 비판도
최 부총리가 환골탈태 수준의 금융 구조개혁을 주문하면서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금융개혁에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가 “이것 갖고는 안된다”고 꼬집은 만큼 금융개혁의 대상도 더 확대될 전망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 역시 청문회 답변자료에서 “우리 경제의 체질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공•노동•금융•교육부문 구조개혁 등을 통해 비정상적인 관행들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금융권에선 최 부총리의 지적을 수긍하면서도 이중적인 잣대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편에선 창업•중소기업 지원과 저금리 주택담보대출 등 정책적 목적을 위해 걸핏하면 은행권을 강제 동원하면서 또 다른 한편에서 수익을 더 많이 내라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 끊임없이 공공기관의 역할을 요구하면서 돈도 더 많이 벌라고 요구하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금융권이 마음껏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우선적으로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