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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 350억 과세분쟁 누가 이길까

  • 2014.11.05(수) 17:14

경영권 방어 비용..회사 손금인정 여부 쟁점
국세청 '확신' vs 현대엘리 '억울'..대기업들 '긴장'

"경영권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생긴 손실을 굳이 회사가 책임질 필요는 없다. 회사 비용으로 처리한 것은 무효로 하고, 이익을 다시 계산해서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라."-국세청

 

"회사 이익을 지키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파생상품 계약을 했다. 이미 파생상품 거래 이익은 세금을 냈는데, 손실을 경영상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현대엘리베이터

 

국세청과 현대엘리베이터가 358억원의 세금을 놓고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국세청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파생상품 손실을 비용으로 처리해 세금을 줄인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은 최근 3개월간의 정기 세무조사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에 법인세를 추가로 내라고 통보했다. 지난 4일 과세예고 통지서를 받은 현대엘리베이터는 국세청에 과세전 적부심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과세 결과에 따라 불똥이 튈 수 있는 대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회사 업무와 관련 없잖아"

 

"대기업 회장이 자신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우호 주주들을 모집한다.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우호 주주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회장 개인 돈으로 해야지, 회사 돈으로 하는게 말이 되나."

 

국세청은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방어가 회사 본연의 업무와 무관하다는 과세 논리를 적용했다. 법인세법(제27조, 시행령 제50조)에 따르면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지출은 '손금불산입', 즉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회사 명의로 1억원을 들여 외제차를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회장 아들만 몰고 다녔다. 그러면 1억원은 회사의 업무와 관련이 없으니 비용으로 처리하면 안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논리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경영권 보호 명목으로 국내외 투자자들과 파생상품 계약을 맺은 것도 마찬가지로 해석했다. 이 과정에서 손실을 봤다면 당연히 주주(회장)가 책임지는 것이고,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현대엘리 "갑자기 왜 이러세요"

 

현대엘리베이터는 국세청의 과세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2008년에는 파생상품으로 547억원의 투자 수익을 냈고, 이에 대한 법인세도 납부했다. 똑같은 파생상품에서 낸 이익은 세금을 걷고, 손실은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파생상품 계약도 엄연히 회사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22.81%는 회사 총자산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자산이며, 현대상선의 경영권 가치는 2조원에 육박한다. 이런 경영권을 지키는 것이 회사 이익을 위한 일이고 업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중부지방국세청의 자체 과세전 적부심사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추후 이의신청이나 심판청구까지 계속 불복을 제기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세청이 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일관적이지 못해 당황스럽다"며 "과세전 적부심이 진행되면 외부전문가들의 의견도 듣게 되니까 합리적인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 국세청, 만반의 준비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가 경영권 유지비용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유사한 형태의 대기업들도 과세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거액의 세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대기업 세무조사에 잔뼈가 굵은 임환수 국세청장이 취임한 후, 한층 창의적이고 정교해진 과세 논리를 제시하는 분위기다. 임 청장은 대형 로펌을 앞세운 대기업들의 조세 불복에 대비해 송무국을 신설하겠다고 밝히는 등 과세의 뒷문까지 철저히 단속하고 있다.

 

특히 국세청은 최근 대기업 사주가 개인적인 용도의 지출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는 관행까지 체크하고 있다. 회사와 상관없는 개인적 자문료를 비용으로 처리하거나 회사 법무팀을 사주의 '별동대'처럼 운영하는 경우까지 꼼꼼히 따져본다는 것이다.

 

대기업 사주를 겨냥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현대엘리베이터가 국세청과 벌일 세금 분쟁의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형로펌 관계자는 "국세청이 거래의 실질을 정확하게 파악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회사 내부의 계약 자료나 이메일을 통해 확신을 가졌다면 향후 불복에서도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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