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납세자와의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외부 변호사에게 지급하는 비용이 5년 사이 4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사 비용은 늘었지만 기업이나 개인을 상대로 한 조세소송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23일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올해 상반기 소송 수행을 위한 변호사 수수료로 35억1400만원을 썼다.
올해 변호사 수수료로 편성된 예산은 63억5200만원으로 지난해 41억200만원보다 54.9% 늘었다. 올해 예산을 전부 소진하면 2011년(15억3200만원)에 견줘 4.1배 늘어난 수수료를 부실과세 불복 대응에 쓰게 된다.
국세청은 2015년에도 편성된 예산보다 500만원을 초과해 썼다. 작년에는 변호사 지급 수수료로 40억9700만원이 편성돼 있었다.
# 고용·선임↑…"과다징세로 불복 늘어난 탓"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은 2011년 1697건에서 2015년 2026건으로 1.2배 가까이 늘었고 과세불복액수은 1조7847억원에서 3조4123억원으로 1.9배나 늘었다.
이와 관련해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 세입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국세청이 세입목표치를 과대편성·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징세행정을 벌인 결과"라며 "이로 인한 국세불복 증가로 사회적 비용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소송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변호사 선임뿐만 아니라 조직 내 변호사 채용도 늘리고 있다. 지난 7월1일 기준 국세청 본부 소속 변호사 수는 26명이며, 오는 2018년까지 전체 변호사 인력을 100명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 로펌 선임, 승소 효과는 '갸우뚱'
더욱이 국세청의 외부 변호사 선임은 승소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즈니스워치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서울행정법원 기업 세금소송 선고내역에 따르면 국세청의 외부 변호사 선임사건 23건 중 13건(원고일부승소 포함, 43%)에서 국세청이 승소했다. 로펌의 도움을 받고도 2건 중 1건 미만 꼴로 승소하는 데 그친 것이다.
이는 국세청이 자체 송무인력으로만 진행한 선고사건 승소율(60%)과 비교해도 무려 17%포인트 낮다. ☞관련기사: 국세청이 변호사 쓰면 재판에 더 불리 국세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까다로운 사건일수록 대리인을 선임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세청이 올해 상반기 소송수행을 위해 선택한 로펌은 광장, 대륙아주, 디카이온, 세령 등 15곳(개인변호사 제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