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인회계사 30여 명이 감사를 맡은 기업의 주식을 매매한 사실이 적발됐다. 재작년 11월에는 회계사 32명이 감사 대상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한편 최근에는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이 부실감사로 일부 업무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회계사의 윤리성과 전문성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과감히 국제회계기준(IFRS)을 전면적으로 도입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란이 있다.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했음에도 그 기대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주된 원인 중의 하나로 회계기준은 변경되었지만 그 외 회계감독 등 우리나라의 문화와 관행은 변하지 않은 점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소위 원칙중심의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했음에도 여전히 규정중심의 교육이 중요한 문제점이다.
원칙중심의 국제회계기준 시대에서 회계사에 대한 인재상은 당연히 과거와 달라야 한다. 구체적으로 IFRS 시대의 회계전문인력은 회계처리기준에 관한 지식(technical knowledge)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 외에도 다양성에 대한 적응력(Ability to deal with diversity),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on ability), 문제 해결 능력(Problem Solving ability), 르네상스적 인간상(Well-rounded), 기획과 조정능력(Planning and Organizing), 자기 경영(Self-management), 평생교육(Life-long learning), 그리고 진취성과 주인정신(Initiative and enterprise)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국제회계사연맹은 이러한 추가적인 역량을 전문직 기술(professional skills)과 전문직 가치(professional value)라 부르고 있고, Hancock(2009)은 비기술적 자질(Non-technical skills)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추가적 역량이 IFRS시대에는 더욱 중요해짐에 따라 국제회계사연맹의 국제회계교육 기준위원회는 전문직 회계사의 적격성을 평가함에 있어서 기존의 지식기반의 접근법(Knowledge Based Approach)에서 역량기반의 접근법(Competency Based Approach)으로 전환하고 있다.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
실행 측면에서 이러한 인재상에 맞도록 교육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회계사 시험제도의 변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현행 시험제도와 향후 지향해야 할 시험제도에 대해 회계학자와 회계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파일럿 테스트(Pilot Test) 결과 다음과 같은 변화 욕구가 있음이 확인됐다.
우선 1차 시험에서 중급회계, 고급회계, 그리고 원가관리회계의 경우 현행유지 또는 확대에 대한 요구가 90% 수준인 반면, 경영학과 경제학의 경우 현행유지 또는 확대요구가 50% 수준에 그쳤다.
흥미로운 것은 정부회계에 대한 확대요구가 상당히 높게 나타나 1차 시험에서 경영학, 경제학 그리고 정부회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차 시험의 경우 재무관리에 대한 요구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재무관리를 2차 시험에서 별도의 과목으로 유지하는 것에 검토가 필요하다. 회계사윤리와 회계이론에 대한 수요는 매우 높게 나타나 이 과목들의 추가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IFRS를 도입하면서 사전에 IFRS 시험제도에 대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지만 우리는 이를 준비하지 못했다. 그 결과가 최근 회계사로서 비윤리적, 비전문가적 행동의 결과로 나타났다. 이제 IFRS 도입 5년이 경과하는 시점에 시급히 회계사 시험제도의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