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어렵다고 하지만 여전히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많다. 우리나라 자영업자(개인사업자)는 2017년말 기준 634만명으로 2016년말보다 30만명이 늘었다. 2017년 한 해 동안 폐업한 개인사업자가 84만명에 달하지만 새롭게 창업한 개인사업자가 116만명으로 폐업한 사업자 수보다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자영업에 뛰어들 사업자들은 창업과 폐업의 정보 모두를 참고해야 한다. 116만명의 창업정보는 요즘 어떤 사업이 뜨는지, 나의 경쟁상대는 누구인지를 보여주고, 84만명의 폐업정보는 어떤 사업을 하면 쉽게 문을 닫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택스워치는 새로운 도전의 실패확률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도록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의 사업자등록 현황을 분석해 자영업 창업의 트렌드를 정리했다.
# 많이 생기고 많이 사라지는 소매·음식점
2017년에 신규 사업자등록이 가장 많았던 업종은 부동산업(부동산공급, 부동산임대, 부동산중개 등)과 소매업, 음식점업이었다. 부동산업은 2017년에 사업자등록을 한 개인이 28만8193명으로 주요 52개 업종구분에서 1위로 기록됐다. 소매업(18만8980명)과 음식점업(17만5886명)도 신규 사업자등록이 많은 빅3 업종에 꼽혔다. 4위인 도매·상품중개업(8만3660명)과의 격차도 컸다.
사라지는 사업자들은 어디에서 많을까. 폐업현황을 보면 창업자가 많은 업종에서 폐업자도 많았다. 다만 폐업자 수에서는 소매업과 음식점업이 부동산업을 앞질렀다. 소매업은 2017년 한 해 동안 16만6152명이 폐업했고, 음식점업은 16만3057명, 부동산업은 13만126명이 폐업했다.
# 청년은 쇼핑몰, 장년은 식당
업종을 더 세분화해서 보면 더 깊이 있는 자료들도 눈에 띈다. 2017년부터 국세청은 52개 업종을 세분화해서 이른바 골목업종으로 불리는 100가지 생활밀접업종에 대한 별도 통계를 생성하고 있는데, 2017년의 경우 이 골목업종 중 신규 사업자등록자수 1위가 한식전문점이었고 2위가 통신판매업이었다. 부동산 중개업도 그 뒤를 이어 골목상권 빅3 업종임을 인증했다. 한식업종은 대표적인 음식점업이고 통신판매업은 인터넷으로 상품을 사고파는 소매업종 중 하나다.
100대 생활밀접업종 신규 사업자등록현황을 사업자 연령대별로 구분해서 보면 연령에 따라 창업의 포인트가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다. 39세 이하에서는 온라인쇼핑몰로 대표되는 통신판매업에서 신규 사업자등록이 가장 많았고, 한식전문점, 옷가게가 뒤를 이었지만, 은퇴 후 창업 연령인 50세 이상에서는 한식전문점 부동산중개업, 통신판매업의 순으로 신규 사업자등록이 많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청년창업은 상대적으로 초기 창업비용이 적게 들고, 온라인 접근성이 좋은 통신판매업에 몰렸고, 장년창업은 창업비용이 일정 수준이상 필요한 한식음식점과 전문가격증이 필요한 부동산중개업에 집중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 건강·미용관련 창업 급증
최근 몇 년 간의 사업자등록 추이를 보면 전체적인 골목창업의 흐름도 확인된다. 경제활동이 늘어나는 곳은 창업이 활발해지는 반면, 소비활동이 둔해져서 창업도 크게 줄어드는 업종들도 있다. 이른바 뜨는 업종과 지는 업종이다.
2014년 9월 대비 2017년 9월의 업종별 사업자등록 증감률을 보면 스포츠시설 운영업(140.3%)을 필두로 헬스클럽(41.3%), 피부관리업(58.8%) 등 건강관련 업종에서 사업자등록이 많이 늘어나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도가 창업에도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
생활과 소비방식의 변화에 희비가 갈린 업종도 있다. 여가활동이 전체적으로 늘어났음에도 여관이나 모텔(-4.8%)은 신규 사업자등록이 줄어들었고,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89.1%)는 사업자수가 크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실내스크린골프점(48.7%)은 늘고 실외골프연습장(-24.1%)은 줄었으며 온라인 통신판매업(46.3%) 사업자가 늘어난 반면, 오프라인매장이 있는 옷가게(-2.4%)와 스포츠용품점(-1.9%)은 사업자등록이 감소했다.
또 결혼인구가 줄면서 예식장(-11.3%)과 산부인과(-3.7%)는 사업자등록이 줄었으나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인구가 늘면서 애완용품점(80.2%), 동물병원(13.8%)은 사업자 수는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