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2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베이비 페어'를 찾은 소비자들. 주최측인 '베페'는 나흘간 열린 행사에 약 10만1000명의 관람객이 전시회를 찾았다고 밝혔다. |
팍팍한 살림살이에서도 아이를 위해서는 씀씀이를 아끼지 않는 부모들이 늘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 온라인쇼핑몰이 유아용품을 전략상품으로 키우고 있다.
내수침체와 소비침체라는 칼바람 속에서 유독 유아용품은 두드러진 신장세를 나타내면서 유통업계에선 '유아(幼兒)독존'이라는 재치있는 용어도 등장했다.
◇ 부모들, 내 씀씀이는 줄여도…
12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 감소했으나 유아 관련 상품군은 7.5% 증가했다.
이 기간 중 일반 과채 음료는 14.2% 감소한 반면 어린이 과채 음료는 12.1% 늘었고, 책도 일반 서적은 11.1% 줄어든데 비해 유아 교육서적은 24.5% 신장해 서로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어른들은 먹는 것을 줄이고 책도 덜 샀지만 아이들을 위한 씀씀이에는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세부적으로 보면 유기농 유아간식이 25.6%, 유아용 위생용품이 30.2%, 유아완구가 13.4% 각각 증가했다. 특히 완구 중에선 고가로 꼽히는 '전동 승용완구' 매출이 38.2% 늘어 눈길을 끌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아빠들에게 슈퍼카를 구매하는 대리만족을 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홈플러스는 아이를 위해 주머니를 여는 어른들에 주목해 지난 2월 영국의 유아용품 브랜드인 '마더케어(Mothercare)' 매장 4곳을 수원과 인천, 부천, 대전에 동시 오픈하기도 했다.
◇ '아이만큼은…' 출산율의 역설
유아용품의 판매호조에는 역설적이게도 출산율 저하가 자리잡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63만명에 달하던 신생아수는 10여년 남짓 흐른 2013년 43만명으로 줄었다. 자녀가 귀하다보니 부모들은 지출을 아끼지 않았고 여기에 조부모와 삼촌, 이모 등 친인척까지 가세해 육아용품 시장이 커진 것이다. 전시회 전문기업인 베페가 매년 여는 '베이비 페어'에는 매회 10만명 가량의 관람객이 다녀가고 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도 유아용품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단골 상품이 됐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3일부터 시작한 봄세일에서 첫 사흘간 9개 품목의 파격가 할인행사를 진행했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유모차다.
당시 롯데백화점은 이탈리아 명품유모차 브랜드인 '잉글레시나'의 '트릴로지 유모차' 300대를 준비해 250여대를 팔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고가의 제품임에도 판매율이 80%대에 달하는 상당히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코엑스몰도 이달 봄맞이 브랜드세일에서 프리미엄 완구 전문점 '아이토이즈'를 비롯해 ‘마마스앤파파스’ 등 유아용품 브랜드의 가격할인을 앞세웠다.
◇ 불황 속 호황 누리는 유아용품
온라인에선 젊은 엄마를 겨냥한 판매전략이 이미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4월 유아와 아동용품 전문관인 '베이비플러스'를 연 옥션은 지난 1년간 해당상품군 매출이 15% 이상 늘었다.
위메프는 주 고객층인 20~30대 주부들을 대상으로 유아동 상품을 무료로 배송해주고 특가로 판매하는 '엄마니까' 기획전을 상시 진행 중이다. 신세계의 통합온라인몰인 SSG닷컴은 오는 13일부터 2주간 우수 국산 유아용품을 한데모아 판매하는 'K-베이비 브랜드 페어'를 열고 깐깐한 엄마들의 주머니를 공략할 방침이다.
유통업체들의 유아용품 판매전은 더욱 열기를 띨 전망이다.
남창희 롯데마트 마케팅본부장은 "일명 '골드 키즈'로 불리는 유아 고객이 불황 속 틈새시장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관련 매장과 카테고리 운영 품목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