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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아닌, 소고기다"..신춘호의 '50년 뚝심'

  • 2015.09.17(목) 15:48

농심 창립 50주년
신춘호 회장, 소신 경영으로 라면 1등 지켜

1970년 농심이 ‘소고기라면’을 출시할 때다. 지금은 ‘소고기’와 ‘쇠고기’ 두 단어 모두 표준어지만, 당시엔 ‘쇠고기’만 표준어로 인정받았다. 개발팀은 맞춤법에 맞게 제품명을 ‘쇠고기라면’으로 정했지만, 신춘호(사진) 농심 회장이 반대했다.

신 회장은 "'쇠'는 쇳덩이나 못 따위를 연상시키는 반면 '소'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가축인 소를 곧바로 떠올려준다"며 "문법과 관계없이 '소'를 써야 한다"고 밀어붙였다. 신 회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소고기라면’ 덕분에 농심의 점유율은 10%대에서 22.7%로 치솟았다.

오는 18일 농심이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농심은 1965년 9월 롯데공업으로 출범했다. 회사 설립과 동시에 라면 연구소를 만들어 그해 12월 롯데라면을 출시했다. 1978년 사명을 농심으로 바꾼뒤 너구리와 안성탕면, 신라면 등을 잇달아 내며, 1985년 국내 시장 1위에 올랐다. 1000억원(1981년), 1조원(1997년), 2조원(2010년) 등 매출은 느리지만 꾸준한 속도로 성장했다.

이러한 농심의 성장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신 회장이다. 재계에 신 회장의 '작명 감각'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농심은 1986년 법까지 개정하며, 신(辛)라면을 작명했다. 당시 농심은 한자 ‘辛’을 라면 포장지에 쓰고 싶었지만, ‘식품의 상품명 표시는 한글이어야 하고 외국어를 함께 적고자 할 때는 한글 표시보다 크게 할 수 없다’는 식품위생법에 걸렸다.

농심은 “한자 문화권에서 과연 한문을 외국어로 분류하는 것이 맞나”며 끈질기게 보건사회부를 설득했고, 결국 1988년 해당 조항이 개정됐다. 현재 신라면은 국내외서 7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최근까지 농심이 짜왕, 입친구, 수미칩 등 파격적인 제품명을 지을 수 있는 것도 신 회장 덕분이다.

경영에 대한 소신은 끝까지 밀어붙인다. 형인 신격호 롯데 회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면 사업에 진출한 것은 신춘호 회장의 고집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다. 해외 진출할 때  현지에 맞게 맛과 제품명을 바꾸는 다른 식품기업과 달리 농심은 국내 제품 그대로를 수출했다. 신 회장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얼큰한 맛은 물론이고 포장, 규격 등 모든 면에서 ‘있는 그대로’ 중국에 가져간다”며 “이것이 중국시장 공략의 전략”이라고 고집했다. 농심은 지난해 중국에서 사상 최대 매출(1억8000만달러)을 기록했다.

 

▲ 창립 초창기 라면을 개발했던 연구인력들(사진 =회사)


신 회장은 깐깐하게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농부의 마음’이라는 뜻인 농심으로 사명을 바꿀 만큼 근면함과 정직함을 강조하고 있다. 조직도 요령보다 원칙이 앞선다. 신 회장이 사장으로 재직할 때, 급하게 돈이 필요해 회사 경리직원에게 회사 돈을 빌려줄 것을 부탁했는데, 경리가 “규정에 없는 일이어서 사장에게 공금을 줄 수 없다”고 거절한 것도 사내에서 유명한 일화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신 회장이 바라보는 곳은 ‘생수 사업’이다. 농심은 지난해 백두산에 생수 공장을 짓기 위해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인 2000억원을 투자했다. 17일 창립 기념식에서 박준 농심 사장은 “‘백산수’를 중심으로 글로벌 농심, 100년 농심을 이룩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생수 사업에 대한 신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투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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