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끓던 국내 라면 시장이 서서히 식고 있다. 2013년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던 시장은 지난해 또 다시 1조원대로 내려앉았다. 다양해진 먹기리와 건강을 챙기는 식습관이 맞물리면서다. 라면업계는 굵은 면발 라면을 출시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다.
13일 농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국내 라면 시장 규모는 1조9500억원대로 추산됐다. 이는 2013년보다 2.7% 감소한 수치다. 2013년 국내 라면 시장 규모는 2조100억원으로, 최초로 2조원대를 돌파했다. 딱 일 년 만에 ‘파티’가 끝나 버린 것이다.
지난해 라면업계엔 2012년 하얀 국물 라면(꼬꼬면 등) 열풍과 2013년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함께 요리) 인기를 이어갈 흥행요소가 없었다. ‘불닭볶은면’ 등 자극적인 맛의 라면은 반짝 인기에 머물렀다. 여기에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이 나면서, 소비 심리가 얼어 버렸다.
근본적인 문제는 국내 라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농심 관계자는 “2000년대 7~8%대 이르던 성장세가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2~3%대로 감소, 아주 천천히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소비 인구 감소의 타격이 가장 크다. 또 건강을 찾는 식습관과 함께 먹거리가 다양해졌다. 라면 업계엔 2013년에 기록한 2조100억원이 ‘정점’ 일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있다.
13일 농심이 선보인 '우육탕면'은 국내 유탕면 중에 가장 면발이 굵다. 면이 굵을 수록 조리 시간이 오래걸려 면이 퍼기지 쉽지만, 농심은 잘 퍼지지 않은면서 쫄깃함은 유지되는 굵은 면발을 개발했다. |
업체들은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에 ‘자극’을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최근 농심 출시한 ‘우육탕면’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면발 굵기는 3mm. 일반 라면보다 2배 정도 굵다. 심규철 농심 면발 마케팅 팀장은 “그간 국내 라면 시장은 국물 맛을 중심으로 경쟁했다”며 “‘우육탕면’은 그간 ‘스프’ 중심의 경쟁을 ‘면발’로 바꾸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우육탕면’ 매출 목표는 500억원.
아울러 2~3위 업체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오뚜기의 '진라면'(오뚜기)이 삼양라면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하지만 국내 업체끼리의 출현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업계 1위 농심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서 꾸준히 60~70%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농심은 신라면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 농심의 해외 매출은 1800억원대까지 증가했다. 심 팀장은 “앞으로 세계 라면 시장은 농심과 일본 라면 업체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