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안준형 기자 ] 백두산 이도백하에서 길어 올린 ‘백산수’는 철도로 1000km를 달려 중국 대련항에 도착한다. 대련항에서 평택항까지는 뱃길로 600km를 가야한다. 취수지에서 국내로 들여오는데 만 5일이 걸린다. 상하이로 가는 길은 더 험난하다. 이도백하에서 요녕성 영구항까지 길은 직행 열차가 없는 탓에 '백산수'를 트럭으로 실어 나른다. 영구항에서 상하이는 다시 배로 옮겨야한다.
생수는 원가가 거의 없는 사업이다. 부피가 크고 무거운 물은 운반하는 비용이 가격을 결정한다. 물류비가 많이 드는 백산수가 다른 생수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농심이 국내를 두고 1600km 떨어진 백두산에 '파이프'를 꽂은 이유는 단순하다. '좋은 물'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상하이에서 만난 구명선 농심 중국 영업본부장(상무)은 “‘백산수’는 화산암반을 통해 자연 정화된 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81년 농심에 입사한 ‘농심맨’이다. 농심은 장기근속자에게 ‘순금 메달’을 주는데, 34년간 받은 순금만 105돈. 영업 전공이던 그가 생수 사업에 발을 들인 것은 2010년부터다. 당시 농심은 상선워터스(현 농심백산수)의 지분을 인수하며 백두산 생수 사업에 뛰어들었다.
짧고 굵은 물장사 이력을 가진 그가 믿는 구석은 물에 대한 품질이다. "충청북도 면적의 백두대간에 약 20억톤의 물이 매장돼있다. 한라산 백록담은 가뭄때 물이 줄지만, 백두산은 그렇지 않다. ‘백산수’ 수원지는 내두천(奶頭泉)인데, 그 뜻이 ‘어머니의 젖가슴’이다. 그 뜻만큼 좋다. 실리카 성분이 많이 들어가 치매 예방에도 좋다."
지난 2012년 농심은 15년간의 ‘삼다수’ 판권 계약이 종료되자, 생수 사업에 대한 갈증을 ‘백산수’로 풀었다. 2014년 2000억원을 투자해 ‘백산수 신공장’을 착공했다. 이 공장은 오는 7월 말 완공, 연간 125만톤의 생수를 생산하게 된다. 국내 시장만을 겨냥한 투자는 아니다. 국내와 함께 1조8000억원 중국 생수 시장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중국 생수 시장 확대가 구 본부장의 두 번째 임무다.
구 본부장은 “중국 물 시장은 무궁무진하다”며 “특히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광천수 등 고급 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가정에서 분유를 탈때 고급 생수를 쓸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생수 시장을 `물`로 보면 안 된다. 중국내 최대 생수업체 농푸산췐(農夫山泉)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유통망을 뚫기도 어렵다. 중국은 마트나 편의점의 진열대에 물건을 넣기 위해서는 ‘입점비’를 내야한다.
광고비도 엄청나다. 작년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 기업인 헝다그룹(恒大集團)이 백두산 광천수를 출시하며 보름간 2250억원을 광고비로 쓴 것으로 전해진다. ‘TV만 틀면 헝다그룹의 생수 광고가 나온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헝다그룹은 생수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구 본부장은 “생수는 무엇보다 품질이 우선이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농심은 올해 중국에서 효율적으로 백산수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관광객이 몰리는 상하이 와이탄의 건물 외벽 광고를 이용하고,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바둑대회에 광고를 붙이고 있다. 중국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신라면’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중국에서 1억8000만 달러(1959억원)의 매출을 올린 정도로 ‘신라면’에 대한 인지도가 높다. 신라면의 높은 인지도를 활용해 백산수를 중국내 소비자에게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실적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조급증을 버리려고 애쓰고 있다. 구 본부장은 “중국인들은 처음엔 친해지기 어렵지만, 한 번 친구가 되면 믿는 스타일”이라며 “절대로 서두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야금야금 넓혀가야지, 무리하게 강행하면 문제가 생긴다”며 “농심이 신라면을 중국에 출시한 것이 16년이 됐는데, 이익이 나기 시작한 것은 2~3년 전부터”라고 강조했다.
그는 "라면과 생수는 농심의 쌍두마차"라며 “올해 9월이 농심 창립 50주년인데 앞으로 반세기 농심의 미래는 물에 달렸고, 그 중심에 중국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