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산수로 중국 생수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농심이 예상치 못한 경쟁자와 만난다. 중국에서 초코파이 신화를 이룬 오리온이다. 오리온은 제주용암수에 3000억원을 투자해 내년부터 중국 등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신라면에 백산수를, 오리온은 초코파이에 제주용암수를 결합하는 마케팅으로 만리장성을 넘겠다는 전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중국 등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제주용암수에 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안에 제주시 용암해수산업단지에 제주용암수 공장을 착공해 내년께 첫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용암해수는 바닷물이 화산암반층에 여과된 뒤 담수층 아래에 형성되는 제주 '특산물'이다. 미네랄이 풍부해 '생수'가 아닌 '혼합음료'로 분류된다. 오리온은 작년 11월 (주)제주용암수 지분(60%) 매입 21억원, 유상증자 57억원 등 총 79억원을 투자하며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 용암해수는 화산암반층의 여과를 거치면서 다양한 미네랄 성분이 들어가게 된다.[사진 = 용암해수산업화지원센터] |
제주용암수의 경쟁상대는 제주 삼다수가 아니다. 오리온 관계자는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된 상황"이라며 "국내시장만 보고 3000억원을 투자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리온이 겨냥한 시장은 초코파이 신화를 쓴 중국이다. 이 관계자는 "중국에서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시장을 집중 공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시가 용암수 개발권을 쥐고 있는 만큼 제주개발공사의 삼다수와 국내서 직접 경쟁하기는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
오리온이 중국 음료시장을 겨냥하면서 농심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농심은 2015년 2000억원을 들여 백두산에 백산수 공장을 지으며, 본격적으로 중국 생수시장에 뛰어들었다. 농심은 백산수 생산량의 70%를 중국에서 팔겠다고 할 정도로 해외시장 공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오리온이 중국 음료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중국 음료산업 규모는 총 96조원에 이르는 거대시장이지만 진입장벽이 높다. 이미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고, 인지도 없는 브랜드가 현지 유통망을 뚫기 위해서는 대규모 입점비가 필요하다.
▲ 베이징 한 대형마트에서 어린이가 오리온 과자를 고르고 있다. [사진 = 이명근 기자] |
이 진입장벽을 넘기 위해 두 회사는 '성공한 제품과 결합하는' 전략을 택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와 오!감자 등 2000억원 브랜드에 제주용암수를, 농심은 신라면에 백산수를 결합해 현지 유통업체의 높은 진입장벽을 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초코파이와 신라면은 현지에 이미 탄탄한 영업망을 구축했다. 작년 오리온과 농심의 중국 매출은 각각 1조2640억원, 2880억원에 이른다.
다만 초코파이와 신라면의 성공이 신규사업의 성공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농심의 중국 백산수 생산법인 연변농심광천음료는 지난해 매출 488억원, 총포괄손실 108억원을 기록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이 중국에서 성공하기까지 20년이 걸렸다"며 "생수시장도 오랜시간을 두고 천천히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시장이 저가 음료와 생수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어 고가의 생수나 용암수 등이 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