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
한미약품이 터뜨린 대규모 신약 기술수출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약 8500억원의 기술수출 성과를 올린 신약 올무티닙이 전세계 판매를 코앞에 두고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하면서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의 대형 실적으로 인해 지난해 떠오른 제약·바이오 투자열기가 자칫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약품은 지난 28일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폐암신약 올무티닙(HM61713)의 계약이 종료됐다고 30일 공시했다.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은 내성표적항암신약 올무티닙의 권리를 한미약품으로 반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무티닙은 한미약품이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총 7억3000만달러(약 85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폐암신약이다. 한미약품은 계약과 동시에 계약금 5000만달러를 받았으며, 제품개발이 시판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6억8000만달러의 금액을 단계별로 나눠 받기로 했다.
앞서 베링거인겔하임은 내년에 전세계(한국, 중국, 홍콩 제외) 시판을 목표로 제품 개발을 추진해왔으며 지난해 11월 임상 2상시험에 돌입해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제품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올해 안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물론 유럽 의약국(EMA)에 시판을 허가해달라는 신청서가 제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따라 베링거인겔하임은 올무티닙에 대한 추가적인 개발을 중단키로 했다. 다만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이미 받은 계약금과 단계별 성과금을 포함해 총 6500만달러(약 710억원)의 금액을 확보하게 됐다.
그간 베링거인겔하임과 더불어 전세계 제약사들은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물질인 'EGFR' 돌연변이 선택적 억제제 개발에 뛰어들어 시판을 목표로 개발 속도전을 벌이고 있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한미약품으로부터 도입한 '올무티닙',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오시머티닙', 글로비스 온콜로지의 '로실레티닙', 노바티스의 'EGF816', 아스텔라스의 'ASP8273' 등이다.
이중 아스트라제네카의 오시머티닙은 올무티닙에 한발 앞서 미국과 유럽에서 '타그리소'라는 제품명으로 시판 허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은데 이어, 유럽연합(EU)에서는 지난 2월 허가를 받았다.
또 '올무티닙'은 임상시험 결과 부작용으로 설사, 발진, 메스꺼움, 가려움증 등이 보고된데 비해 '오시머티닙'은 설사, 발진, 피부건조 등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은 올무티닙의 모든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재평가 및 폐암혁신치료제의 최근 동향, 폐암치료제에 대한 자사의 비전 등을 고려해 올무티닙의 권리를 한미약품으로 반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바이오 투자 열풍을 불러일으킨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이 일부 실패로 돌아가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가 자칫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술수출에 있어 계약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임상의 순조로운 진행"이라며 "이번 건으로 제약과 바이오 분야 투자 심리가 냉각될 가능성이 부각됐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약품은 지난 15년간 약 9000억원 연구개발에 투자했으며, 지난해 올무티닙을 포함해 약 8조원 규모의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에 이어 어제(29일) 약 1조원의 신약수출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현재 30여건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국내외에서 진행 중이다.
제약업체 한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후보물질 발굴에서 3단계 임상시험을 거쳐 시판에 성공할 확률이 만분의 일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며 "위험부담이 큰 만큼 제약사들은 한가지 신약물질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보다 다수의 신약물질을 동시에 개발하는 전략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