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 롱패딩' 판매 재개를 앞둔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소비자들이 롱패딩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해 하룻밤을 꼬박 새우는 소비자들을 보면서 '왜 3만장만 만들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맛집에서 몇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갖고 싶은 물건을 사기 위해 노숙을 자청하는 소비자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주변에선 '처음부터 넉넉히 생산했거나 나중에라도 재빨리 추가 발주했다면 어땠을까'하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이 질문을 롯데백화점에 던졌다. 롯데백화점은 올해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총괄 라이선스 사업권자로 선정됐고 지난달말부터 '평창 롱패딩' 3만장을 판매하고 있다. 이중 2만4800장은 완판됐고, 마지막 물량은 이달 24일과 30일에 풀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단일 품목 3만장이면 엄청난 양"이라며 "현재 평창올림픽 관련 800여개 제품을 팔고 있는데 평창 롱패딩은 그 중 한가지 품목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토종 패션브랜드기업 관계자도 이 설명에 동의했다. 이 관계자는 "겨울외투가 1만장이 넘어가면 적은 양이 아니다"며 "유니클로나 자라 등 세계에 수천개 매장을 보유한 패션회사는 대량생산해도 매장당 분배되는 물량은 얼마되지 않지만, 10여군데 매장을 운영하는 국내회사는 물량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겨냥한 한시적인 기념품이다 보니 재고에 대한 부담도 컸다. 이 관계자는 "판매가 보장되지 않는 한 생산량을 늘리기 쉽지 않다"며 "옷 하나 잘못 만들면 몇십억원이 날아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창올림픽 홍보를 위해 한시적으로 만든 시즌성 제품이다 보니 재고 부담은 더 클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내년 2월에 17일간 열리는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기념품은 '악성재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악성재고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재작년과 작년 강추위가 예보되면서 패션업계가 패딩 물량을 많이 준비했지만 막상 겨울이 그리 춥지 않으면서 체력이 약한 패션회사들이 경영난에 휩싸이거나 도산하기도 했다"며 "3만장은 적은 물량은 아니지만 이런 분위기 때문이라도 초도 물량을 지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 11월이 이렇게 추울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고 덧붙였다.
눈높이를 조금 올리면 '3만장이 엄청난 양'은 아니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스포츠 브랜드 회사 관계자는 "신제품이 3만장 팔리면 꽤 괜찮은 성적"이라면서도 "유명 브랜드는 5만장이면 '중박'이고, 10만장 이상 팔려야 '대박'으로 쳐준다"고 설명했다.
평창 롱패딩을 생산한 업체 이야기도 들어봤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물량 조절이나 유통은 전적으로 롯데백화점이 맡고 우리는 생산만 한다"면서도 "우리 회사의 의류브랜드와 비교하면 3만장 정도면 많은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패딩 3만장은 겨울시즌 4개월간 공격적인 가격할인으로 물량을 밀어내도 30% 정도 물량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생산은 어떨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평창 롱패딩을 추가 생산해달라는 글이 올라올 정도로 관심이 뜨겁지만 추가 생산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올해초 롯데백화점이 평창 롱패딩 생산을 주문했는데 납품은 지난 10월쯤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신성통상은 평창 롱패딩을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롯데백화점 측으로부터 추가생산 주문이 들어오진 않았다"면서도 "원자재 수급부터 생산까지 통상 4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당장 추가 발주를 하더라도 '초봄에 겨울 외투를 파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추가생산에 대한 계획은 없다"면서도 "평창과 강릉에 올림픽 기념품을 파는 공식스토어가 오픈하는데 그곳에서 팔 평창 롱패딩은 생산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