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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중고나라 사기거래 '이젠 꼼짝마'

  • 2018.03.27(화) 15:03

권오현 큐딜리온 기획운영실장 인터뷰
큐딜리온, 최근 사기거래 예방 솔루션 적용

회원 수 1600만명, 하루 거래 글 20만 건.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는 국민 3명 중 1명꼴로 가입한 국내 최대 커뮤니티 중 하나다. 중복 가입자를 고려해도 그 규모에 버금가는 사이트를 찾아보기 어렵다. 거래금액 또한 자체 추산 기준으로 2조원에 달해 웬만한 쇼핑몰을 훌쩍 넘어선다.

그러다 보니 중고나라에선 다수의 회원을 상대로 한 인터넷 사기 소식도 심심찮게 들린다. 중고나라를 운영하는 큐딜리온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으로서 높은 가치만큼이나 관리의 어려움도 크다는 얘기다.

2014년 1월 중고나라가 네이버 카페에서 법인으로 전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16년부터 사기 예방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는 큐딜리온은 최근 15년간의 중고나라 운영 노하우를 집약한 사기예방 솔루션인 '레드카드'도 선보였다. 사기 거래를 잡지 못하면 중고물품 거래시장의 성장성에도 한계가 분명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큐딜리온 본사에서 '레드카드'를 개발한 권오현 실장을 만나 그 배경과 앞으로 계획을 전해 들었다. 권 실장은 큐딜리온의 창립 멤버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공인 산업디자인(UI/UX) 지식을 살려 중고나라에서 사기 거래 근절을 위한 총대를 메고 있다. 

▲ 권오현 큐딜리온 기획운영실장./사진 제공=큐딜리온

"사기를 노리고 작성한 게시글들은 공통적인 패턴을 보입니다. '레드카드'는 이 중 대표적인 9가지 패턴을 알고리즘화해 점수를 매기고, 합산 점수가 기준을 넘어서면 사기 위험성이 높다는 경고 문구를 주도록 설계했습니다."

중고나라에 올라오는 하루 20만 건의 게시글 중 네이버 스팸글 차단 기능을 통해 자체적으로 걸러지는 글을 제외하면 약 1.5% 수준인 3000여 건이 사기 위험이 높은 게시글로 추정된다.
가장 흔한 사기 패턴은 판매자의 신원이 불분명한 경우로 3건 중 1건꼴로 여기에 해당한다. '레드카드'는 판매자의 신원이 불분명한 경우 가장 높은 위험 가중치를 부여해 점수를 매긴다.

판매자가 평소와 확연히 다른 물건을 판매할 때도 '레드카드'에 잡힌다. 신원 확인을 거친 아이디라도 해킹을 통해 사기를 노리는 경우가 있어서다. 다만 구체적인 알고리즘은 비공개다. 패턴이 알려지면 해당 패턴만 피해 사기를 시도할 수도 있어서다.

'레드카드'는 도입한 지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당일 카페에 가입한 한 판매자가 올린 부실한 거래 게시글에 '레드카드' 경고가 주어지자 자발적으로 개인정보를 업데이트해 신원을 분명하게 밝힌 사례가 대표적이다. 

권 실장은 이 사례가 작지만 중고거래 투명화 차원에선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레드카드' 도입으로 위험성이 짙은 판매자의 게시글을 자동으로 표시하면 그만큼 사전에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 실장은 "큐딜리온의 안전거래 양식을 숙지하지 않고 글을 올릴 경우 판매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레드카드를 받을 수 있다"며 "'레드카드'는 구매자에겐 주의를, 판매자에겐 숙지를 당부하는 순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법인화 이후 불투명하던 운영 구조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법인 차원의 자정 노력을 계속하자 중고나라를 바라보는 당국의 눈도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일선 형사님들이 먼저 큐딜리온에 수사 협조를 의뢰하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진심을 가지고 사기 거래 예방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중고나라를 인터넷 사기의 온상으로 보던 당국도 큐딜리온을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2년 전부터 현직 경찰을 대상으로 '우수 경찰관'을 선정해 감사패를 전달하는 행사를 열 정도다.

큐딜리온은 '레드카드' 외에 앱과 카페 등에 탑재할 수 있는 기능형 솔루션을 통해 다양하게 사기 거래 예방을 고도화하고 있다. 앱에 기본값으로 탑재한 에스크로(안전결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에스크로를 활용한 거래 규모는 도입 첫해 20억원대에서 지난해 100억원대로 늘어나는 등 활용이 많아지고 있다. 중고나라 전체 거래건과 비교하면 아직 이용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권 실장은 연내 이 규모가 200억~3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손을 내미는 협력사도 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중고나라에 안심번호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안심번호를 사용하려면 2~3중의 신원확인 절차를 거쳐야 해 사기거래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최근에는 법률서비스 스타트업인 리걸인사이트와 피해자 구제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3명의 변호사가 의기투합해 만든 리걸인사이트는 고소장 무료작성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데 큐딜리온과 제휴 후 이용자가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플랫폼을 벗어난 거래를 시도하면 일단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안전결제시스템을 베껴 만든 파밍사이트를 이용해 사기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판매자가 유도하는 링크(URL)가 아니라 앱 등에 연결된 시스템을 그대로 써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권 실장은 중고나라 회원들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피해 예방 팁을 알려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권 실장은 특히 송금 전 판매자 신원 확인을 당부했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볼 때 판매자의 신원이 불분명하면 사기 거래일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톡 아이디보다는 연락처를, 카페보다는 앱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큐딜리온이 2016년 4월 선보인 중고나라 앱은 실명인증을 거쳐야만 사용할 수 있고, 제3자 중개서비스인 에스크로가 기본으로 탑재돼 있다. 아직 카페를 통한 거래 비중이 80% 수준으로 압도적이지만 앱을 통한 거래가 늘어나면 사기 피해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큐딜리온은 에스크로 즉시송금 기능을 추가하고, 보험사 공동으로 인터넷사기 보상안 마련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위챗 서비스처럼 회원에게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권 실장은 "15년간 쌓아온 노하우로 개발한 '레드카드'가 인터넷 사기 예방에 일조하길 기대하며, 앞으로 서비스를 더 고도화할 것"이라며 "1600만 회원 모두가 신뢰를 바탕으로 중고물품 장사를 경험해보는 그날까지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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