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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투자계획에 담긴 키워드 셋

  • 2018.10.23(화) 16:34

디지털과 온라인, 동남아에 방점
밀린 현안들 산적…내년까지 속도

 
롯데도 마침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막차다. 다른 대기업들은 이미 몇 개월 전에 발표한 내용이다. 롯데는 특수 상황이 있었다. 신동빈 회장의 구속이다. 이 탓에 롯데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신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롯데도 점차 정상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이번 투자 계획도 그 일환이다. 롯데는 늦어진 만큼 과감한 투자를 약속했다. 신 회장은 복귀 후 첫 회의에서 "어려운 환경일수록 위축되지 말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여겨볼 것은 이번 투자 계획 속에는 롯데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을 가늠할 수 있는 키워드들이다.

◇ 디지털·AI

롯데는 이번 투자 계획에서 제일 먼저 그룹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을 강조했다. 사실 디지털화는 오래전부터 롯데가 관심을 기울인 분야다. 유통업을 근간으로 하는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AI(인공지능)가 대표적이다. 롯데는 지난 2016년 IBM의 AI 플랫폼인 '왓슨(Watson)'을 도입했다. 왓슨은 IBM이 보유한 AI 기술을 집약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이다. 컴퓨터 비전, 빅데이터 분석, 자연어 인식 등을 망라한다. 롯데는 수년간 왓슨을 활용한 AI 플랫폼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 롯데백화점의 '엘봇'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선보인 챗봇인 '엘봇'이 그 첫 작품이다. 이후 롯데는 엘봇에서 더욱 진화한 '로사'도 선보였다. 로사는 고객의 구매 정보, 행동 정보, 관심 정보, 선호 정보 등을 수집하고 자체적으로 분석해 개개인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해준다.

이 뿐만이 아니다. 롯데는 올해 초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서도 AI를 동원했다. 자기소개서 표절 여부를 잡아내는 것은 물론 인재상과 직무 적합도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롯데제과의 경우 AI를 통한 트렌드 분석 및 예측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는 AI 솔루션을 점진적으로 전 계열사에 확대·적용한다는 계획이다.

◇ 온라인

온라인 강화는 롯데의 핵심 과제다. 롯데는 지난 5월 각 계열사로 흩어져있던 온라인 사업의 통합을 선언했다. 롯데는 오프라인 유통업 1위 사업자지만 온라인에선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경쟁사인 신세계 등이 온라인 사업 강화를 표방하고 적극적으로 나설 때도 롯데는 온라인 통합을 주저했었다.

하지만 소비 트렌드가 급격히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롯데도 결국 온라인 강화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를 위해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8개 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통합하기로 했다. 여기에 총 3조원을 투입하고 오는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온라인에서도 1위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온라인 통합 선언 이후 롯데는 지속적으로 온라인 사업 강화를 준비해왔다. 지난 7월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를 출범하고, 대규모 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또 동원F&B, 아모레퍼시픽 등과 업무제휴 협약(JBP)을 체결하기도 했다. 향후 온라인 전용 PB(자체상품) 출시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 계획에도 온라인 강화가 들어갔다. 특히 앞서 이야기한 AI 등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를 연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물류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비자 편의성을 극대화해 온라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동남아시아

롯데는 지난해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중국 롯데마트는 철수했고, 롯데백화점도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보복으로 지난 10여 년간 구축한 중국 내 각종 유통 인프라가 무너졌다. 

더는 중국에서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롯데는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특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떠오르는 시장을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유통업은 물론 유화단지 건설 등 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사업을 동남아시아 지역에 집중하기로 한 상태다.
▲ 롯데케미칼의 말레이시아 타이탄 에틸렌 공장.

이번 투자 계획에서도 롯데는 해외사업 확대를 언급하면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꼽았다. 시장 확대는 물론 이를 발판으로 다른 동남아시아 신시장으로의 진출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화학부문의 경우 이들 지역에서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이번 투자 계획에는 향후 롯데가 어떤 집중할 방향성을 보여주는 시그널들이 상당부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 회장 구속 기간 진행하지 못했던 현안이 많은 만큼 올해와 내년까지 이들 사업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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