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대형마트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유통 매장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아서다. 오프라인 매장은 소비자들이 찾아줘야만 매출이 발생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편리한 것을 추구한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번거로움 대신 간편한 온라인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오프라인 매장들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매장으로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등장한 혼밥족을 위한 '1인석' 마련이나 대규모 체험형 이벤트 등을 기획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문제는 이런 시도들이 지속성을 가지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업체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 무너지는 오프라인 매장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 최근의 소비 트렌드 변화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수년 전부터 지속된 온라인 시장의 성장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빨라서다. 지금껏 유통의 중심은 오프라인 매장이었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고 그곳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IT기술의 발달은 이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소비자들은 이제 '당연하게' 온라인을 찾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온라인 유통업체의 전년 대비 월별 매출 증가율은 항상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매출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심지어 지난 2월과 4월에는 매출이 감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오프라인 매장들이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신선식품에 대한 강점 덕분이었다. 아무래도 신선식품은 소비자들이 직접 물건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에는 옛말이 되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오프라인 매장과 동등한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시장 조사 전문업체인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식품시장 유통 채널의 구매 금액에서 온라인을 통한 비중은 전년 대비 24.4% 증가했다. 반면 일반 대형마트는 1.8%, 전통시장∙농수산물가게는 1.7% 감소했다. 온라인을 통한 신선식품 구매 증가 속도가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 '1인석'·'맛집'·'공룡'·'VR'까지
비식품에 이어 이제 신선식품 부문까지 온라인에 빼앗길 위기에 처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업체별로 경쟁적으로 진행한 '초특가' 프로모션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다른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좀 더 많은 소비자들을 오랫동안 매장에 머물도록 하기 위한 방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남양주점과 하남점의 푸드코트를 재단장했다. 새롭게 단장된 푸드코트에는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칸막이를 설치한 '1인석'이 등장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혼밥족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은평점과 가양점 등 8개 매장의 푸드코트에는 유명 맛집들을 입점시킨 '마캣로거스'를 론칭했다. 일종의 음식 편집숍이다. 이 모든 것이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불러 모으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공룡을 모셔왔다.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고객들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롯데백화점 김포 공항점에서는 지난달 28일부터 1년간 '쥬라기 월드 특별전'을 연다. 생물을 모방한 로봇을 이용해 근육 및 피부 질감을 살린 ‘애니매트로닉스(Animatronics·로봇 공룡) 기술'을 활용해 관람객들에게 실제 살아있는 공룡을 보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특별전이 하루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인 3000명이 매일 다녀갔다. 그 부수 효과로 롯데백화점 김포 공항점의 방문객 수와 매출도 전년 대비 각각 13%와 16% 증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건대 스타시티점에는 VR 체험관인 '몬스터 VR'을 오픈했다. 지난 5월 한 달 동안에만 몬스터 VR을 찾은 고객 수는 약 2700명에 달한다. 그 덕에 매출도 약 20%가량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처럼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기에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시도들은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위기감은 팽배하다. 단기적인 이벤트만으로는 고객들을 오프라인 매장에 오랫동안 붙잡아둘 수 없다는 것을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감은 최근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VCM)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계열사별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이 자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사장단은 e커머스 전략 수립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이 잠식하고 있는 온라인 시장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는 국내 유통업계 최강자인 롯데도 오프라인 침체에 대해 그만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울러 최근 시장에선 이마트의 분기 실적이 사상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만큼 오프라인 매장의 고전은 생각보다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없앨 수는 없다.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의 근간이자, 기반이 오프라인 매장이어서다. 그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사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중장기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의 침체 속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다"면서 "현재로서는 단기적인 이벤트 등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이런 방법이 궁극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도 알고 있다. 계속 고민 중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답답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