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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바이오기업의 임상 실패를 대하는 자세

  • 2019.10.29(화) 14:37

주주들, 유효성 도출 실패에도 막무가내식 신뢰는 문제
환자들의 고통과 생명 달린 신약 평가는 더 신중 기해야

최근 바이오기업들의 임상 실패 소식이 잇따르면서 주가도 널뛰기를 하고 있다. 폭락하는 주가에 열성 주주들은 쓰라린 가슴을 부여잡으면서도 '실패'를 '실패'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지난 25일 강스템바이오텍은 아토피 피부염 줄기세포치료제인 '퓨어스템AD주'의 임상3상 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대신 반복투여와 병용투여로 임상을 진행해 유효성을 입증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의도했던 임상결과를 얻지 못했던 몇몇 바이오기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대응이다. 신라젠도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항암 신약 '펙사벡'의 글로벌 간암 임상3상이 무산됐지만 차선책으로 대장암과 신장암 임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 임상에서 위약과 약물이 혼용됐다며 원하는 결과 도출을 위해 임상3상을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이들 바이오기업의 임상은 과연 실패일까 아닐까. 앞서 강스템바이오텍의 설명회에 참석한 한 주주는 '실패'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며 회사 차원의 관리를 당부했다. 아직 완전히 신약 개발이 좌초되지 않았으니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고개를 저으며 부정해도 임상에 실패한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임상시험은 신약 후보물질의 유효성(약효) 외에 시장성, 경쟁성 등도 함께 고려해 최적의 디자인으로 설계한다. 연구개발에 들어간 비용 회수는 물론 향후 또 다른 신약 개발을 위한 매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단순하게 약효 문제만으로 신약의 성패를 평가할 순 없다.

한미약품이 폐암치료제 '올리타'의 임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 중 하나도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후발주자로 기대하는 매출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6년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은 해지됐지만 한미약품은 국내 임상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약가 협상에서 타그리소의 가격이 더 떨어지면서 한미약품은 개발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예로 든 바이오기업들은 결과적으로 임상3상에서 유효성 평가지수를 달성하지 못했다. 목표했던 약효를 입증하지 못한 치료제를 가지고 우회적으로 재임상을 진행해 설령 개발에 성공한다 치더라도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업계에서 바이오기업들의 임상3상 실패에 부정적인 관점을 내놓는 것도 그 이유다. 임상을 다시 진행하면 결국 허가와 시장 출시가 늦어지면서 경쟁력은 더 낮아진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신약 개발의 무조건적인 성공을 바라겠지만 제약‧바이오는 다른 업종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야 한다.

일각에선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를 투기라고 말한다. 대부분 확실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가능성만 보고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른 업종과 비교해 성공 확률도 현저히 낮다. 그러다 보니 주주들은 실낱같은 가능성을 잡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신약 개발엔 많은 환자들의 생명이 달려있다. 약의 유효성을 달성하지 못한 임상은 겸허하게 실패로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일 수 있지만 성공의 탈을 쓴 실패는 더 많은 환자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

이미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로 많은 환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인보사는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국내 허가가 이뤄졌지만 미국에서 임상3상이 중단된 이후 아직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 섣부른 허가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신약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당근은 물론 임상 실패에 대한 적절한 채찍도 들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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