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통 제약기업들이 신사업의 일환으로 화장품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약국 화장품으로 불리는 '더마코스메틱', '코슈메슈티컬' 화장품들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다. 더마코스메틱은 피부 과학, 코스메슈티컬은 의약품과 화장품을 합성한 신조어다. 올해에만 동아제약, 삼진제약, 태극제약 등이 화장품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하며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 동아제약, 노스카나‧박카스 성분 넣은 ‘파티온’
동아제약은 지난 22일 더마코스메틱 '파티온'을 론칭했다. 파티온은 '운명'을 뜻하는 라틴어 FATI와 '켜다'라는 의미를 지닌 영어 ON의 합성어로, '피부 본연의 아름다움을 깨워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신감으로 빛날 수 있도록 돕겠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파티온의 제품 라인업은 흔적 케어 라인 '노스캄 리페어', 보습 케어 라인 '딥 배리어', 남성 스킨케어 라인 '옴므' 등 3가지로 구성됐다. 대표 제품은 '노스캄 리페어 겔 크림'이다. 동아제약의 흉터치료제 '노스카나'의 성분 소듐헤파린, 덱스판테놀, 알란토인에 쑥잎 추출물을 더해 손상된 피부 개선에 도움을 준다.
옴므는 동아제약의 대표 제품 박카스의 타우린 성분을 적용해 지친 남성 피부에 생기 및 활력을 부여한다는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바이탈 타우리닌-B 콤플렉스 성분이 지친 남성 피부에 활력을 준다.
◇ 삼진제약, 영유아‧성인용 아토피 화장품 출시
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은 지난 28일 영유아, 성인 아토피 피부용 'abh+(에이비에이치 플러스) 스누아토 크림'을 출시하며 화장품 사업에 첫 발을 들였다. 이 화장품 브랜드는 서울대병원 의약연구혁신센터 정진호 교수팀이 환자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정 교수팀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의 피부 표면에는 혈액형에 따라 달라지는 abh 혈액형 당 성분이 존재한다. 정 교수팀은 이 성분이 피부의 수분 유지와 염증개선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를 활용해 abh 당 조절을 통한 피부 장벽 개선 기술을 이 화장품에 녹여냈다.
abh+ 브랜드의 대표 제품 스누아토 크림은 피부 장벽을 구성하는 지질 성분인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의 성분을 고농도로 함유하고 있다. 유아와 성인의 약한 피부장벽으로 아토피성 피부 문제를 예방하고 싶을 때나, 건조함으로 간지럽거나 붉게 변하는 피부 염증 반응 등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의약품 효과를 입증할 때 쓰이는 '이중맹검 대조군 비교 시험'을 진행해 수분 유지 효과가 48시간 지속된다는 사실을 임상적으로 확인했다. 삼진제약은 향후 의약품과의 비교, 트러블에 대한 임상시험 등도 계획 중이다.
◇ 60년간의 기미케어 노하우 담은 '태극제약'
LG생활건강이 지난 2017년 인수한 ‘태극제약’은 60년 전통의 기미 케어 노하우를 담은 첫 번째 기능성 화장품인 ‘TG도미나스 크림(50g)’을 지난 4월 출시했다. 태극제약은 지난 1985년 대표 기미치료제 ‘도미나크림’을 출시해 기미치료에 대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TG도미나스 크림'의 핵심 성분인 '브라이트닝 퀴논 콤플렉스'는 식약처에서 인정한 기능성 성분 '나이아신아마이드'를 포함해 피부 속 '멜라닌' 이동을 억제해 기미 및 색소침착 완화에 도움을 준다.
TG도미나스 크림은 한국피부과학연구원의 인체 적용시험을 통해 1회 사용으로 피부톤 개선, 2주 사용시 피부치밀도 개선 등 다양한 피부 고민에 적합한 제품임을 입증했다. 또 '센텔라아시아티카 정량 추출물', '판테놀' 성분 등을 함유해 기미 케어와 더불어 피부 진정 및 영양 공급 기능도 담았다.
◇ 의약 연구개발 경험…'건강'한 피부 이미지 각인
이처럼 제약기업들이 너도나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잘 키운 화장품 하나 열 제네릭(복제약) 부럽지 않아서다. 현재 국내 화장품 시장은 약 13조원 규모로 그 중 더마코스메틱‧코스메슈티컬 계열의 기능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5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반면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한 제네릭 하나를 잘 키워도 100억 원을 넘기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동국제약을 들 수 있다. 동국제약은 기능성 화장품 '센텔리안24'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상처 회복과 피부 재생 효능을 지닌 마데카솔 연고에서 착안, 재생 효과가 있는 '마데카크림'을 대표 제품으로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센텔리안24 계열의 지난해 매출은 700억 원을 넘었다.
특히 제약기업 특성상 오랜 기간 의약 연구개발에 집중해온 만큼 자연스럽게 '건강'한 피부에 부합한 이미지를 주는 장점이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스트레스나 미세먼지 등 환경으로 인한 피부 손상에 예민한 현대 여성들에게 의약품으로 질병을 치료하듯 피부도 관리할 수 있다는 인식을 주는 것 같다"라며 "제약기업들이 연고제도 많이 보유하고 있어 화장품과 접목하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아 사업 다각화에도 적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