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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경쟁률 극과극…바이오기업, 옥석가리기 본격화

  • 2019.12.23(월) 10:18

셀리드‧녹십자웰빙 등 경쟁 치열…수젠텍 등 부진
성장성이나 실적 안정성 높은 기업들 위주 차별화

올해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제약·바이오기업 15개사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극과 극을 달렸다. 셀리드와 라파스는 무려 800대 1을 웃돈 반면 수젠텍은 간신히 미달을 면했다.

올 들어 대표 바이오 기업들의 임상 실패가 잇따르면서 바이오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가운데 성장성이 확실하거나 실적 안정성이 뛰어난 기업들 위주로 차별화와 함께 옥석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셀리드‧라파스‧녹십자웰빙 등 청약 경쟁 치열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지난 2월 20일 상장한 셀리드다. 청약 경쟁률은 무려 818대 1에 달했다. 셀리드는 2006년 서울대 약학대학 실험실에서 출발한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항암 치료백신 기술인 '셀리백스(CeliVax)'를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다양한 특이 항원에 항암 치료백신을 개발할 수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셀리드는 현재 셀리백스 기술을 기반으로 흑색종과 유방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종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수요 예측 당시 다수 기관 투자자들이 셀리백스 플랫폼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파이프라인, 글로벌 진출 계획 등 중장기 성장 비전을 높이 평가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지난 11월 코스닥에 상장한 라파스도 청약 경쟁률이 813대 1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라파스는 미용, 의료용 약물을 재료로 미세침을 만들어 직접 진피에 약물을 침투시키는 '마이크로 니들 패치' 기술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 관련 특허를 취득했고, 결핵 백신 패치 등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 니들 플랫폼을 기반으로 더마코스메틱 화장품 산업에 진출하면서 꾸준히 매출이 발생하고 있어 다른 바이오 기업들과는 달리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6월 상장한 압타바이오는 661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압타바이오는 2가지 독창적인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난치성 질환의 세계 최초 혁신 신약(First-in-Class)을 개발 중이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국제당뇨연맹총회에서 현재 개발 중인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 'APX-155'가 임상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 신약 후보물질은 유럽 임상2상을 준비 중이다. 보유 중인 플랫폼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 및 등록을 통해 광범위한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있어 기대감이 높다.

녹십자그룹에서 헬스케어 분야를 분사한 녹십자웰빙은 태반주사제인 라이넥주를 비롯한 28개의 영양주사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영양주사제 시장점유율 1위로, 2016년 약 30%에서 2018년 33%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양주사제의 안정적인 성장 기대감으로 청약 경쟁률은 657대 1을 기록했다.

◇ 코넥스 이전상장 수젠텍·지노믹트리 등 상대적 저조

반면 수젠텍과 티움바이오, 지노믹트리, 메드팩토 등은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특히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한 기업들은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에서 부크게 주목받지 못하면서 청약 경쟁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체외진단용 의료기기와 진단시약류 제조 및 판매사업을 하는 수젠텍은 지난 5월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했다. 당시 수젠텍의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탓에 청약 경쟁률 1대 1에 그치면서 간신히 미달을 면했다. 하지만 실제 청약 과정에서 실권주가 발생하면서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이를 떠안았다.

폐섬유증 및 자궁경부암 치료제 등을 개발·생산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제 전문기업 티움바이오도 청약 경쟁률이 5대 1에 그쳤다. 희귀 난치성 치료제는 신약 중에서도 특히 개발이 어려운 데다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 결과가 부진했던 탓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노믹트리는 수젠텍보다 앞서 지난 3월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했다. 수요 예측 당시 경쟁률은 372대 1에 달했지만 공모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했다는 평가와 함께 실제 청약 경쟁률은 13대 1에 그쳤다.

이밖에 메드팩토와 노터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도 각각 18대 1과 22대 1, 33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끌진 못했다.

청약 경쟁률 양극화를 두고 업계에선 대표 바이오 기업들의 잇따른 임상 실패로 성장 가능성이 확실하거나 실적이 안정적인 기업들로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으론 이런 투자 성향이 더 두드러지면서 바이오 업종에 대한 차별화와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높은 기업들을 보면 다른 사업을 함께 영위하면서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거나 파이프라인 외에 특정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곳이 많다"면서 "신약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가진 기업에 대한 투자가 그만큼 활발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사실 그동안 바이오 업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막무가내식 투자가 많았다"면서 "다수 투자자들이 바이오 쇼크를 경험하면서 파이프라인이나 사업비전 등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투자 패턴이 바뀌고 있어 2~3년 내에 바이오 업종에 낀 거품도 차츰 가라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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