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형 약물'인 마이크로니들이 기존 주사제·경구제를 대체할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니들은 기존 약물전달 기술에 비해 이용 편의성이 높고 부작용도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적용할 수 있는 약물의 범위가 넓은 만큼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이크로니들은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바늘을 이용해 체내로 약물을 전달하는 '경피 약물 전달 시스템(TTDS)'이다. 패치 형태의 약물을 몸에 부착해 피부를 통해 약물을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주사기의 효능과 패치의 편의성을 결합한 새로운 시스템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10대 미래 유망기술로 선정됐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마이크로니들에 주목하는 것은 높은 편의성과 안전성 때문이다. 마이크로니들은 주사제에 비해 통증이 적고 투여 부위의 회복이 빨라 환자의 부담이 적다. 바늘에 의한 2차 감염의 부작용 위험도 없다. 약물 전달 속도도 빠른 편이다. 여기에 기존 제형보다 제조 단가가 저렴하고 유통이 편리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마이크로니들은 개발하기 어려운 기술로 알려져 있다. 피부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각질층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유효성분이 피부를 뚫고 체내에 흡수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피부의 바깥쪽은 기름이 많은 지용성, 안쪽은 수분으로 차 있는 수용성으로 이뤄져 있다. 기름에 잘 녹는 약물의 경우 안쪽 부분을, 물에 잘 녹는 약물은 바깥쪽 부분을 통과하기 어렵다.
현재 마이크로니들은 화장품 제품 위주로 개발 중이다. 의약품 중엔 허가받은 제품이 없다. 하지만 업계에선 마이크로니들을 연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런만큼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 상용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 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마이크로니들 기반 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40.8% 성장해 2030년에는 5400만달러(약 647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니들 개발 기업 중엔 미국 제약사 '조사노 파마'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조사노 파마는 개발 중인 편두통 치료제를 기존 피하주사(SC) 대신 마이크로니들로 개발해 임상3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국내에선 라파스가 대표적이다. 라파스는 유효성분의 손실이나 변형 없이 빠르게 마이크로니들을 제조할 수 있는 독자적인 DEN(Droplet Extension)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니들을 접목한 알레르기성 비염 면역치료제, 골다공증 치료제, 치매치료제 등을 개발 중이다. 지난달 9월에는 마이크로니들·파티클 관련 기술로 국내 특허권을 취득했다.
의료기기 제조 기업 쿼드메디슨은 LG화학과 손잡고 마이크로니들 기반 B형 간염 예방 백신을 포함한 5가 혼합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신신제약도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를 위한 마이크로니들 제제를 연구하고 있다. 향후 관절염 치료제 등으로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복강경 수술기구 제조 기업 세종메디칼은 최근 사내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고 마이크로니들 분야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마이크로니들 기술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대 공동연구팀은 최근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마이크로니들 백신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을 마이크로니들 형태로 상용화하기 위한 연구에 돌입했다.
마이크로니들 연구 기업 에이디엠바이오사이언스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유바이오로직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마이크로니들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니들 기술의 강점은 확장성"이라며 "제형을 변경함으로써 개발하고 있는 기존 의약품이나 신약에 적용할 수 있어 바이오시밀러나 바이오베터를 개발하는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연구 기업이 늘고 있어 수년 내로 마이크로니들이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