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물에서 맛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물론 미각이 유난히 발달한 사람들은 물맛을 알아낼 수 있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맛을 잘 모릅니다. 순수한 물에 맛이나 향기를 첨가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우리가 흔히 접하는 생수에서 맛의 차이를 느끼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물에도 고유의 맛이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들어보셨나요? '워터 소믈리에'라는 직업을요. 와인 소믈리에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와인의 맛과 향을 감별하고 추천해주는 역할을 하죠. 와인처럼 물의 맛을 감별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을 워터 소믈리에로 부른다고 합니다.
실제로 벨기에에서는 매년 세계 130개국에서 생산하는 물의 맛을 평가하는 국제식음료품평원(iTQi) 주최 '국제 식음료 품평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이 대회에서는 워터 소믈리에들이 물맛에 따라 각 제품에 1부터 3까지 '골든 스타'를 부여한다네요. 꼭 미쉐린 스타처럼 말이죠.
워터 소믈리에들은 생수 맛의 밸런스를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음 달 출시 예정인 오리온 제주용암수의 경우 국내 대표적인 워터 소믈리에인 고재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가 제작 과정에 참여해 물맛을 잡았다고 소개했습니다.
생수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물맛에 공을 들이는 것은 소비자들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그저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아무 생수나 골라 담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소비자들은 각자 자신이 선호하는 물이 있습니다. 좀 더 건강하고 깨끗하고 맛있는 물을 먹으려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생수 트렌드를 바꾸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생수의 맛은 무엇이 결정할까요? 일반적으로 생수에는 미네랄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구입하신 생수의 라벨 뒷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양한 종류의 미네랄들이 함유돼있음을 아실 수 있습니다. 주로 칼슘, 칼륨, 나트륨, 마그네슘 등 무기물질들입니다.
이 중 어떤 물질이 많이 포함돼있느냐에 따라 물의 맛이 결정됩니다. 미네랄이 풍부한 물은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을 통해 쉽게 다양한 미네랄들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네랄 함량이 높을수록 물의 맛은 무거워진다고 합니다.
또 특정 미네랄의 함유량이 높아도 물맛은 변한다고 하네요. 예를 들어 마그네슘의 함량이 높은 물의 경우 물에서 쓴맛이 도드라진다고 합니다. 쓴맛이 강하면 생수로 시판하기가 어렵겠죠. 그래서 워터 소믈리에와 같은 전문가들이 이런 물맛의 밸런스를 잡아줍니다.
맛에 영향을 주는 특정 미네랄 성분을 줄이고 다른 미네랄들과의 조화를 통해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물맛을 블렌딩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생수들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칩니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줄로만 알았던 생수 속에는 이런 다양한 기술과 노력들이 들어있었던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단순히 땅속 깊은 곳에서 뽑아 올려 정수해 판매하는 줄로만 알고 있는 생수도 사실 알고 보면 다양한 수원지(水源地)가 있습니다. 수원지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 수원지에 따라 물맛도 달라져서입니다. 전문가들은 수원지가 어디냐에 따라 물맛이 천차만별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생수=미네랄워터'라는 공식도 사실 알고 보면 틀린 이야기입니다. 미네랄워터도 세분화됩니다. 먹는 샘물은 자연적인 샘물을 물리적인 처리 등을 통해 먹기에 적합한 물로 제조한 것을 말합니다, 미네랄 성분이 함유돼있죠. 여기서 최소의 여과 과정만 거친 것을 '내추럴 미네랄워터'라고 합니다. 생수로 적합하지 않은 지하수나 수돗물을 정수해 미네랄을 첨가한 것이 '미네랄워터'입니다.
아무래도 내추럴 미네랄워터가 미네랄 함량이 더 많겠죠. 생수 라벨을 잘 살펴보시면 미네랄워터라고 적힌 것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가끔 '혼합 음료'로 쓰여있는 것도 있습니다. 여기서 혼합음료는 지하수나 수돗물을 여과해 만든 증류수에 첨가물을 넣었기 때문에 이렇게 분류하는 겁니다. 관리 부처도 다릅니다. 먹는 샘물은 환경부, 혼합 음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관리합니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생수들은 대부분 광천수입니다. 광천수는 미네랄워터입니다. 땅속에서 솟아나는 샘물입니다. 그렇습니다. 지하수입니다, 광천수에는 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의 광물질이 미량 함유돼 있습니다. 이 광천수를 필터링을 거쳐 생수로 시판합니다.
해양심층수는 말 그대로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는 수심 200m 이상 깊은 곳에서 연중 3℃ 이하의 수온을 유지하는 물입니다. 미네랄은 물론 영양염류가 풍부하고 병원균 등의 번식이 거의 없는 것이 장점입니다. 해양심층수를 취수해 염분을 제거하면 식수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빙하수는 빙하를 녹여서 만든 물입니다. 빙하는 주로 청정지역에 분포하고 있어 깨끗한 물맛이 특징입니다. 활성 수소가 풍부해 항산화 작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순수한 상태의 물인 만큼 미네랄이 거의 함유돼있지 않습니다.
이 밖에도 전기분해를 통해 PH 농도를 7.5~10으로 맞춘 알칼리수, 물에 수소를 주입하거나 산소를 넣은 수소수와 산소수, 탄산을 주입한 탄산수 등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현무암에 의해 자연적으로 여과돼 미네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용암수도 나왔습니다. 우리가 접하는 생수의 종류는 그만큼 다양합니다.
처음 생수가 시판될 당시만 해도 물을 왜 사 먹느냐며 '봉이 김선달 심보'라며 반발했던 분위기를 생각하면 참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생수를 고르는 기준이 까다로워졌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환경오염이 심각해지고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도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 먹는 시대가 됐습니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좋은 물의 조건을 ▲ 깨끗한 물 ▲ 미네랄이 풍부한 물 ▲ 약알칼리성 물로 꼽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물을 드시고 계시나요? 어떤 물이 좋으신가요? 앞으로는 여러분이 드시는 생수의 라벨을 꼭 확인해보세요. 많은 재미있는 정보가 들어있답니다. 다음 [핀셋]에서는 치열해지고 있는 국내 생수 시장 상황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생수업체들의 전략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