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지금 깨끗한 생수를 마시는 것은 곧 행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생수를 한 모금 마시려는데 누군가 이런 얘기를 한다면 코웃음이 날지 모르겠습니다. 근처 편의점이나 동네 슈퍼, 대형마트, 온라인 등에 널린 게 생수인데 이걸 마신다고 행복해질 리가요. 행복이란 그보다 훨씬 고귀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시계를 약 25년 전으로 돌려보면 이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지난 1994년 대법원이 정부의 생수 판매 금지 조처는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 즉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하며 생수 시판을 허용했습니다. 이후 정부는 '먹는물관리법'을 제정해 생수 판매를 합법화합니다. 합법적으로 물을 사서 마실 수 있는 시대가 바로 이때 열린 겁니다.
사실 사람들이 생수를 사서 마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앞선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라고 합니다. 당시 외국인들에게만 생수 판매를 일시적으로 허용했다고 하는데요. 올림픽 이후에는 다시 생수를 못 팔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생수업체들은 불법으로 내국인들에게 생수를 판매했다고 하는데요. 당국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단속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부가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생수 판매 합법화를 미룬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계층 간 위화감 조성'입니다. 지금이야 이른바 '초저가' 생수가 널렸지만, 당시에는 물을 사 먹는다는 게 서민들에게는 낯선 일이었나 봅니다.
이렇듯 우여곡절 끝에 국내 생수 시장이 열리며 지금까지 25년을 달려왔습니다.
생수시장은 이후 조금씩 커지다가 수년 전부터 그 속도가 더 빨라졌는데요. '호재'가 잇따른 덕분입니다. 우선 1인 가구의 증가로 물을 끓여먹거나 정수기를 들여놓기보다는 간편하게 생수를 사서 먹으려는 수요가 늘었고요. 또 온라인 유통시장이 커지면서 배송시장이 확대된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굳이 무겁게 생수를 직접 들고 올 필요 없이 주문을 하면 곧바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니까요.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생수시장의 주도권을 온라인 업체들에 뺏긴 대형마트들이 '초저가 생수' 제품을 내놓으면서 생수는 유통업계에서 그야말로 '핫'한 아이템이 됐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깨끗한 생수를 구매할 수 있으니 더 많은 이들이 찾는 분위기입니다.
실제 통계를 한 번 볼까요.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생수 생산액은 7606억원으로 5년 전보다 2549억원 늘었습니다. 생산량 역시 2013년 218만㎘에서 318만㎘ 증가했고요. 생수 소매시장 규모의 경우 2016년 7298억원에서 지난해 8259억원으로 늘었습니다.
다른 음료 제품과 비교하면 생수 시장의 성장 속도는 더욱 눈에 띕니다. 국내의 전체 음료류 생산액은 지난 2014년 6조 1306억원에서 지난해 6조 4779억원으로 연평균 1.4% 증가했는데요. 생수의 경우 연평균 성장률이 10.7%에 이릅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점차 생수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생수 제조사만 70여 개에 이르고, 브랜드는 300여 개라고 합니다. 조만간 오리온과 LG생활건강이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도 이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생수 시장의 절대 강자는 제주 삼다수입니다. 제주도개발공사의 삼다수는 광동제약이 유통·판매하는 제품인데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생수시장의 40.1%를 차지했습니다. 경쟁 제품으로 여겨지는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13.3%)나 농심의 백산수(8.5%)의 점유율과 비교하면 여유 있는 1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삼다수가 치열해진 경쟁을 의식해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제품이 나온 지 21년 만에 처음으로 1+1 행사를 진행하면서 눈길을 끌었고요. 최근에는 유튜브에 바이럴 영상을 잇따라 공개하는 등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삼다수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삼다수는 시장점유율 50%를 넘볼 정도로 인기를 끌던 제품인데요. 점유율이 점차 낮아지더니 올해는 40%선도 무너질 상황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시장 규모가 커지는 데다 경쟁사들이 많아지니 점유율이 어느 정도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합니다. 생산량을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을 테고요. 그러나 후발주자들의 기세가 워낙 만만치 않은 데다 오리온이나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형국이니 '위기감'을 느꼈을 법 합니다.
여기에 더해 이마트의 국민워터와 롯데마트의 온리프라이스 미네랄워터, 홈플러스의 바른샘물 등은 '초저가'를 앞세워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저렴한 생수에서부터 프리미엄 생수까지 다양한 제품을 손쉽게 골라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겁니다.
그런데 이 수많은 제품 중 어떤 걸 구매하는 게 좋을까요? 무작정 가격만 보고 선택하기보다는 각 제품의 특징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핀셋]에서는 생수의 분류법과 그에 따른 종류, 수원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