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계 최고 생수 기업인 에비앙과 경쟁하는 게 목표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지난 26일 오리온이 '제주 용암수' 출시를 알렸습니다. '제주'라고 하면 떠오르는 생수가 있죠. 바로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인 제주 삼다수입니다.
같은 제주에서 나는 물이어서 그런지 오리온이 '제주 용암수'를 출시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삼다수를 떠올렸습니다.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디는 제품이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브랜드를 경쟁 상대로 삼겠다는 포부를 내비치는 게 그럴듯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오리온은 삼다수가 아니라 '에비앙'이라는 세계적인 생수 브랜드와 경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국내 전체 생수 시장의 규모는 1조원가량으로 추산되는데요. 에비앙의 경우 전 세계에서 2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엄청나죠.
오리온이 에비앙을 언급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 에비앙은 생수 브랜드 중에서도 프리미엄급의 대명사로 여겨집니다. 오리온은 제주 용암수의 품질이 에비앙과 경쟁할 만큼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을 겁니다.
실제 오리온 측은 기자간담회에서 "제주 용암수는 삼다수와 제품의 품질이나 질적인 면에서 격이 다르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오리온은 처음부터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적 브랜드인 에비앙을 지목한 이유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국내 1위가 아니라 세계 1위를 목표로 한다는 의미입니다.
오리온은 우선 내년 상반기 중국에 진출한다는 계획인데요. 중국의 생수시장은 내년이면 30조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오리온은 오래도록 중국에서 만들어온 영업망과 노하우 등을 활용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생수시장에는 이미 300여 개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삼다수(40.1%)와 아이시스(13.3%), 백산수(8.5%)가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점유하고 있어 이를 공략하기도 만만치 않을 거고요. 그런데도 오리온이 의욕적으로 생수 시장에 진출한 건 아마 이런 이유에서 일 겁니다. 내수뿐 아니라 수출로도 전망이 밝은 시장이니까요.
내년쯤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울릉샘물' 역시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는 모습입니다. 앞서 울릉군은 지난 2017년 LG생활건강을 샘물 개발사업 민간업자로 선정했고요. 이후 합작법인을 만들었습니다. 이 제품은 내년쯤 출시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울릉군 역시 에비앙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에비앙과 비교해도 미네랄 함유 등에서 뛰어나고,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게 울릉군의 설명입니다.
LG생활건강 입장에서는 이 제품 출시로 라인업이 더욱 늘어나게 됩니다. LG생활건강은 이미 자회사 해태htb를 통해 강원평창수로 생수시장에 진출해 있습니다. 다른 자회사인 코카콜라음료를 통해서 '휘오'라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기도 하고요. 여기에 더 몸집을 늘리려 하는 것은 아마도 시장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 생수시장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확대 추세에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최근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생수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1383억 달러(약 163조원)에서 오는 2023년 2158억 달러(약 254조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체 음료시장에서 생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9.8%에서 2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 음료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자들이 점차 '건강'한 제품을 찾고 있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생수는 이런 트렌드에 딱 맞는 제품 중 하나입니다. 제주 용암수를 내놓은 오리온이나 울릉군의 울릉샘물이 풍부한 미네랄 함유량을 강조하며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겁니다.
과연 국내 생수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또 생수 제조 업체들이 세계 무대에서 '한국 생수'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