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코로나 쇼크]④마스크 대란 넘어라

  • 2020.03.05(목) 10:02

수요 급증에 중국도 싹쓸이…공급 태부족
가격 상승은 당연한 현상…사재기가 문제
정부 마스크 공적 통제 효율성 더 높여야

코로나19 확산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마음 놓고 밖에 나가지도 못한다. 모여서 식사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마치 중세 유럽 흑사병을 연상케한다. 그 탓에 그나마 회복 조짐을 보이던 경제가 다시 움츠러들고 있다. 특히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유통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은 유통산업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비즈니스워치는 코로나19 확산이 불러온 국내 유통산업의 변화를 각 부문별로 짚어보고 향후 산업 전체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대한민국은 자유시장경제를 채택한 나라다. 헌법 제119조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쓰여 있다. 자유경쟁에 입각한 시장경제 질서가 국가 경제의 기본이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여파로 시장에만 맡겨서는 제대로 유통이 안 되는 물건이 생겼다. 바로 마스크다. 그러자 정부가 마스크의 판매는 물론 생산까지 공적 통제에 나선 가운데 마스크 가격 정책을 시장 원리를 반영해 조금 더 유연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는 유통사들도 물건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대부분 편의점은 '마스크 품절'이 적힌 쪽지를 입구마다 내걸었다.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마스크 취급 판매처들도 대부분이 품절이다.

다만 돈을 더 쓴다면 구할 수는 있다. 지난 3일 기준 일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선 개당 7000원 정도를 주면 마스크를 살 수 있다. 단 배송은 밀려있는 경우가 많다. 개인 간 직거래로 곧바로 살 수 있는 중고나라 등에선 부르는 게 값이다. 워낙 사기거래 글이 많다 보니 마스크를 직거래로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면 곧바로 거래희망 리플이 달리고 있다. 

생산과 도매 단계에서는 중국인들의 싹쓸이가 골치다. 마스크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마스크를 생산하는 시설과 중간 도매상에는 중국 바이어들의 연락이 빗발치고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을 매겨줄 테니 마스크를 넘겨달라는 제안이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이를 거부하기 힘들다. 중국 바이어들이 마스크에 사용되는 필터 원료의 공급을 조건으로 제안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국내산 필터 원료의 경우 공급은 충분하지만 가격이 크게 올랐다. 따라서 사업자 입장에서 기존 가격대로 원료를 공급받으면서 제품은 웃돈을 받고 팔 기회를 거절하기는 힘든 일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 생산된 마스크의 상당량이 중국으로 수출됐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마스크가 포함된 기타 방직용 섬유제품(수출코드 6307909000)의 대중국 수출량은 지난해 12월 30톤에서 올해 1월 639톤, 지난 2월엔 1781톤(추정치)으로 급증했다.

 수요가 생산량보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중국 수출량까지 늘면서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 개당 500~700원 하던 마스크를 지금은 최소 두 배가 넘는 돈을 줘야 구할 수 있게 됐다. 

마스크 대란에 빠진 시민들의 불만은 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마스크를 비싸게 파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자유시장경제 체계에선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해 물건 가격이 오르는 건 규제할 수 없다. 마스크의 시장 상황은 누가 보아도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

문제는 매점매석이다. 헌법 제119조 2항에선 국가가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자유시장경제지만 카르텔이나 매점매석과 같은 경제력 남용은 안된다는 말이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가격을 통해 수요와 공급이 조정을 받는 것은 괜찮지만, 경제력을 남용해 공급을 임의대로 움직여 가격과 수요를 움직이려는 시도는 불법이다.

실제 마스크 시장에서 이런 시도가 나타나면서 지난달 초 정부는 '보건용 마스크 및 손 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시행했다. 해당 고시가 발동되면서 이제 마스크를 2019년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5일 이상 보관(매점매석)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마스크를 이용해 한탕을 노리는 업자들이 속속 적발되고 있다. 최근 국세청은 마스크 온라인 판매상과 유통업체 52곳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마스크 대란이 시작되던 지난 1월 이후 마스크를 집중 매입한 뒤 세금을 내지 않고 비싼 값에 거래하거나 외국으로 반출한 업자들이다.

검찰도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마스크 등 보건 용품 유통 교란 사범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시장 기능과 단속만으로는 마스크가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수요를 채워주기 부족하다 보니 최근 정부는 마스크 생산에도 관여하고 나섰다. 

정부는 3일 국무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추가 대응을 위한 목적예비비 771억원 지출안을 의결했다. 이중 70억원을 마스크 추가 생산에 지원할 예정이다. 앞서 두 차례에 걸쳐 방역 대응체계 구축, 검역·진단역량 강화, 격리자 치료 및 생활지원비 지급, 중국 유학생 격리 등을 위한 목적예비비 1092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또 공적 마스크 의무 출하제도 시행 중이다. 지난달 26일부터 마스크 생산업자는 마스크 수출이 제한되며 대신 당일 생산량의 50% 이상을 공적 판매처로 출고해야 한다.

이렇게 보급 중인 공적 마스크는 1개당 2000원 이하 가격에 팔리고 있다. 문제는 이 가격대는 마진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역마진이 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적 마스크 역시 적절한 가격대를 보장해 줘야 공급의 연속성을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적 마스크가 워낙 저렴하다 보니 수요가 집중되는 데 따른 부작용도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다. 실제로 공적 마스크를 취급하는 약국과 하나로마트, 우체국 등에서는 아침마다 긴 줄이 서지만 이들의 수요을 다 채워주기엔 태부족인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공적 마스크의 판매 및 분배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적 판매처가 아닌 유통업자들도 고통에 동참 중이다. 쿠팡은 최근 마스크를 비싸게 산 고객들에게 차액을 환불해 주기도 했다. 유통업계는 이 상황을 길게 끌고 가긴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출제한 등 마스크 생산과 유통과정에 정부가 깊숙하게 개입할수록 향후 헌법소원 등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방역활동으로 확진자 증가를 막아 마스크 수요 자체를 안정시키는 게 가장 절실하다"면서 "이 과정에서 마스크의 생산과 판매에 대한 공적 통제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시리즈 끝]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