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유통업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과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창궐했을 때도 그랬듯 소비자들이 집 밖에 나가기를 꺼리면서 소비패턴도 변화하고 있는 건데요. 이번에도 역시 온라인 유통 업체들은 분주해진 반면 오프라인 점포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메르스나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확산하면 통상 나타나는 변화입니다. 지난 2015년 메르스가 유행할 때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당시 메르스 공포가 극에 달했던 6월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가량 줄었습니다. 백화점도 매출이 12%가량 감소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고 합니다.
반면 쿠팡의 경우 2014년 매출액이 3485억 원이었는데 2015년에는 1조 1338억 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쿠팡은 이후 성장을 거듭해 이제는 국내 온라인 유통 업체의 대표 격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승자는 쿠팡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창궐한 올해는 어떨까요. 이번에도 역시 쿠팡이 최종 '승자'가 될까요. 아니면 제2의 쿠팡이 나오게 될까요.
이번에는 지난 메르스 사태 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이마트와 관련한 '긍정적'인 리포트들이 줄줄이 나오면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요즘과 같은 시국에 대형마트 업체들은 당연히(?)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텐데 왜 이런 긍정적인 분석이 나오는 걸까요.
증권가에서는 이마트의 지난 1~2월 할인점(대형마트 점포) 매출에 주목했습니다. 이마트에 따르면 할인점의 기존점 매출은 전년대비 1% 감소했습니다. 매출 규모가 줄어들긴 했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만큼 한 것만으로도 '선전'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성수점이나 마포점 등이 휴점한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마트가 이처럼 선전하고 있는 것은 온라인 채널인 '쓱닷컴'이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쓱닷컴의 1~2월 매출은 전년대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채널이 급부상하는 분위기에 따라 쓱닷컴에도 소비자들이 몰렸던 겁니다.
그런데 이 쓱닷컴 매출 중 상당 부분은 이마트 점포에 마련된 물류센터(PP센터)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PP센터를 통한 매출은 기존 오프라인 매출로 잡히고요. 결국 온라인 매출 증가가 이마트에도 도움이 됐던 셈입니다.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쓱닷컴에 공을 들여왔는데요. 이에 따라 갑작스럽게 터진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빠른 대응이 가능했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식품·생필품 카테고리에 소비자 수요가 집중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카테고리는 대형마트 중심의 온라인몰이 강점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쓱닷컴 상품 경쟁력도 부각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마트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대형마트 업체 역시 최근 온라인 사업 강화에 힘써왔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지난 메르스 때와는 다르게 이런 업체들에도 '온라인 소비 수요'가 몰리는 추세입니다. 홈플러스의 경우 지난 2월 온라인몰 매출이 전년보다 78%가량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몰 매출 역시 60%가량의 성장률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다른 오프라인 채널들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백화점의 경우 온라인 라이브 방송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자체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프리미엄몰'을 통해 롯데백화점 라이브를 운영하고 있는데 평소보다 9배의 고객이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등 기대 이상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현대백화점 역시 네이버와 손잡고 '라이브(Live) 커머스' 채널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백화점 매장 상품을 네이버 쇼핑에서 영상으로 소개하고 판매하는 형태입니다.
편의점 업체들의 경우 때맞춰 배달 서비스를 확대했습니다. GS25의 경우 그간 10여 곳의 직영점에서 테스트해왔던 배달 서비스를 서울·경기·강원 등 전국 가맹점 1200곳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CU는 현재 4000여 점에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조만간 5000점으로 늘릴 예정입니다. CU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편의점 배달 서비스 이용건수는 평소보다 약 70% 이상 많아졌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업체들의 경우 여전히 오프라인 점포 매출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지난 메르스 때처럼 눈 뜨고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는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를 '메르스 학습 효과'라고 보기도 합니다. 당시 아무 대응도 하지 못했던 경험을 교훈 삼아 온라인 사업을 확대해왔던 것이 이번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요즘과 같은 때에 활용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진 점은 나쁠 게 없어 보입니다.
한 오프라인 유통 업계 관계자는 "이런 때에는 소비 심리 자체가 가라앉기 때문에 매출 타격을 피할 수는 없다"며 "다만 어떻게든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몸부림으로 보면 될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번 사태로 오프라인 업체들의 온라인 사업 강화 움직임이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