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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통업계 인사 '판'을 바꿨다

  • 2020.12.15(화) 16:49

3분기 실적 선방 불구 임원 대규모 감축
'포스트 코로나' 전략 수행 위한 포석

코로나19로 전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가 내년 임원인사를 마무리했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유통업계 3대 그룹 모두 '생존'과 '혁신'을 인사 키워드로 내세웠다. 그런 만큼 짐을 싸는 임원의 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전반적으로 임원의 나이대도 젊어졌다. 또 외부에서 충원된 인력들이 주요 요직을 차지했다. 유통업계에 불어닥친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추기 조치라는 분석이다.

◇ 유통 빅3, 임원 대폭 축소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올 연말 인사를 통해 임원 숫자를 대폭 줄였다. 롯데의 경우 보임을 포함한 올해 승진 인원이 93명에 불과하다. 지난해에 비해 77명이 줄었다. 이 과정에서 35개 계열사의 3분의 1가량인 13개사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롯데그룹의 4개 주력 사업군인 유통·화학·식품·서비스의 BU장 중에서 식품 BU장이 교체됐다.

롯데그룹의 임원 감축은 예고된 결과다. 롯데그룹은 지난 8월 창사 이후 처음으로 비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물러나고 롯데지주 경영혁신실 임원 전체를 교체하는 파격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올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만큼 정기 인사를 통해 강도 높은 쇄신의지를 보여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롯데그룹은 임원 축소와 함께 직급단계 등도 개선했다. 임원 직급단계를 기존 6단계에서 5단계로 축소했다. 직급별 승진 연한도 축소하거나 폐지했다. 이를 통해 젊고 우수한 인재들을 조기에 CEO로 적극 배치하겠다는 것이 롯데의 계획이다. 부사장 직급의 승진 연한이 폐지되면서 부사장을 1년만 해도 사장으로 승진이 가능해졌다.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 넣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정국을 맞아 매출하락 직격탄을 맞은 백화점의 모습. /이명근 기자 qwe123@

기존 상무보A와 상무보B 2개 직급도 '상무보' 직급으로 통합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은 신임 임원이 사장으로 승진하기까지는 최소 13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승진 가능 시기가 대폭 앞당겨졌다는 게 롯데그룹 측의 설명이다.

이마트는 지난 10월 임원 인사를 일찌감치 끝냈다. 내부 승진자는 총 11명으로 전년보다 소폭 늘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 백화점 부문은 추풍낙엽이다. 최근 신세계백화점은 계열사 본부장급 임원 70% 이상을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전체 임원 가운데 약 20%가 퇴임했다. 내부 승진 인사 등을 감안하면 총 임원 규모가 지난해 대비 5%가량 줄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상대적으로 임원 축소 규모가 작은 편이다. 현대홈쇼핑과 현대L&C, 현대백화점면세점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 대표는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승진 인원이 64명이었던 반면 올해는 48명에 그쳤다. 전체 임원 수는 130여명 수준이다.

◇ 코로나19, 패러다임을 바꿨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는 최근 간신히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실적이 이를 방증한다. 롯데쇼핑의 경우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6.8% 줄은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6.8% 증가했다. 신세계그룹의 백화점 부문도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로는 각각 3.4% 44.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마트의 경우 선방하고 있다.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7%, 영업이익은 30.1%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주력인 백화점 부문의 경우 3분기 매출액은 전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전년 대비 매출 하락률이 1분기 17.7%에서  2분기 10.3%, 3분기 6.0%로 꾸준히 회복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최근 진행된 유통업계의 임원 수 줄이기가 코로나19로 악화된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유통업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불러온 '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중심의 기존 유통업은 곧바로 위기에 빠졌다. 반면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이커머스 등은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잡으며 급성장했다. 쿠팡이 대표적이다. 소비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 겸 SSG닷컴 대표(왼쪽)와 정경운 롯데쇼핑 HQ 기획전략본부장.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은 이에 대응해야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온라인 강화를 천명하는 이유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업계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정비하다보니 새 인물을 발탁하고 옛 인물들은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유통업체들의 인사 초점은 공통적으로 '세대 교체'와 '외부 수혈'에 맞춰져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그 예다. 강 대표는 이마트 창립 이래 첫 외부 영입 CEO다. 최근에는 SSG닷컴 대표도 겸직하게 되면서 신세계그룹의 온·오프라인 채널 모두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게됐다. 롯데쇼핑도 외부 인사를 핵심 요직에 앉혔다. 롯데쇼핑은 올해 초 신설한 '헤드쿼터(HQ)'의 기획전략본부장으로 정경운 전 동아ST 경영기획실장을 영입했다. 이 자리는 롯데쇼핑 5개 유통사를 총괄하는 자리다. 급변하는 패러다임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반적으로 업계에 큰 폭의 인사가 단행됐지만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며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고 이를 이끌어갈 인재를 찾는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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