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제맥주가 홈술·혼술 시장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편의점 업체들이 수제맥주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판매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다양한 제품을 즐기려는 젊은 세대 소비 트렌드에 맞춰 수제맥주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 호재 줄줄이…편의점과 협업 제품도 '빅히트'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수제맥주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GS25와 CU,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에서 수제맥주가 국산맥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1~2%에 불과했던 비중이 단기간에 급증했다. 전체 맥주 중에서도 6~8%가량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 매출 증가율은 500%에 달한다.
수제맥주는 여러 호재가 겹치면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우선 올해부터 바뀐 주세법 덕을 봤다. 정부가 맥주에 부과하는 세금을 종가세(가격 기준)에서 종량세(용량 기준)로 바꾸면서 세금 부담이 줄었다. 수제맥주는 소규모 제조 방식 탓에 원가가 높아 종가세 체제에서 많은 세금을 내야 했다. 하지만 종량세로 바뀌면서 부담이 줄어 소비자 가격을 30%까지 낮출 여력이 생겼다.
편의점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수제맥주 가격이 낮아지면서 그간 주로 수입맥주만 해왔던 '4캔 1만원' 행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맥주 제품군을 늘리면 소비자들을 더욱 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혼술·홈술 시장이 커지면서 수제맥주 라인업을 갖추는 데 공을 들였다.
실제로 편의점 업체들이 수제맥주 제조사들과 손잡고 내놓은 제품들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지난 2018년부터 랜드마크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광화문을 시작으로 제주백록담, 경복궁, 성산일출봉, 남산 등을 선보였다. BGF리테일의 CU는 올해 내놓은 곰표 밀맥주와 말표 흑맥주라는 이색 제품을 내놔 주목받았다. 두 제품 모두 곳곳에서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세븐일레븐 도 유동골뱅이맥주를 출시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 효과도 컸다. 수입맥주 가운데 가장 인기가 있었던 일본 맥주들이 외면받으면서 국산 수제맥주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제품을 경험해보려는 젊은 층 소비자들이 수입맥주 외에도 수제맥주까지 섭렵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 제주맥주 상장 추진…"아직은 유행 수준" 지적도
시장이 커지자 경쟁력 있는 수제맥주 제조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업체는 '제주맥주'다. 이 업체가 내놓은 '제주위트에일'과 '제주펠롱에일'을 각 편의점에서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제주맥주는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지난해 매출 85억 원, 영업손실 91억 원으로 아직 흑자를 내지는 못하지만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적자 기업이라도 성장성이 있다면 상장을 허용해주는 특례 상장제도다.
제주맥주는 수제맥주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데다, 자사 제품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안정적인 만큼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카드와 협업한 '아워 에일'이 출시 일주일 만에 일부 편의점에서 수제맥주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달에는 수제맥주 스타트업인 더쎄를라잇브루잉이 오비맥주의 남양주 공장 시설을 인수하는 등 여러 업체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동근 더쎄를라잇브루잉 대표는 "점점 규모를 키워가면서 소규모 수제맥주 회사들을 인수·합병해 '수제맥주 연합군'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주류 업계에서는 당분간 수제맥주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홈술·혼술 시장을 이끄는 젊은 층 고객들이 수제맥주에 환호하고 있어서다. 다만 성장에 한계가 있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 시장에서는 수입 맥주와 와인, 막걸리 등 때마다 유행하는 주종이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최근 수제맥주가 떠오르는 추세는 맞지만 규모가 아직 작은 데다가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