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週刊流通](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 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週刊流通]을 보시면 한 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 이베이코리아 인수전…4파전? 2파전?
최근 유통업계를 핫하게 달구고 있는 건은 누가 뭐래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일 겁니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으로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과연 쿠팡에 대항할 대항마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죠. 그런 가운데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왔습니다. 이베이코리아를 가져가면 단숨에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강자로 우뚝 설 수 있어서입니다.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는 총 5곳이 참여했습니다. 롯데와 신세계 등 전통의 유통 강자들은 물론, SK텔레콤과 PEF인 MBK파트너스 그리고 큐텐(Qoo10)이 인수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근 있었던 이베이코리아 인수 숏리스트에서는 큐텐이 제외됐습니다. 이제 남은 4곳이 실사를 거쳐 진검승부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인수 가격으로 4조 원대를 적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곳들의 면면을 유심히 살펴보면 다들 나름의 인수 명분은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현재 유통 트렌드의 대세인 온라인 강화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롯데의 경우 야심 차게 선보였던 '롯데ON'의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서 고민에 빠져있는 상황입니다. 만일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된다면 온라인 부문을 강화할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반면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품는다고 해도 온라인에서의 성공 경험이 없는 롯데와 이베이코리아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괜히 돈만 쓰고 효과는 못 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신세계는 최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온라인 시장 공략을 위한 대비를 해왔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SSG닷컴 입니다. 신세계는 SSG닷컴에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나름의 성과도 내고 있고요. 하지만 여전히 네이버와 쿠팡 등이 장악하고 있는 온라인 시장에서 신세계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베이코리아를 신세계가 가져간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어 보입니다.
SK텔레콤은 11번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11번가를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있죠. 11번가는 그동안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2019년 잠시 흑자를 기록했지만 작년에는 다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SK텔레콤 입장에서도 고민이 클 겁니다. SK텔레콤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11번가의 반전 계기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PEF인 MBK파트너스의 경우 가장 큰 무기는 '실탄'입니다. MBK는 현재 미소진 자금으로 약 7조 원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탄이 넉넉하니 꺼내들 수 있는 카드도 그만큼 많습니다. 업계 등에서는 MBK 단독으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거나 여타 인수 후보자들과 손을 잡을 가능성 등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 이렇게 보면 어느 한곳도 빠지는 곳이 없어 보이죠? 그런데 사실 이들의 속내는 모두 다릅니다. 최근 업계에서는 재미있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한 4곳 중 일부가 인수전을 완주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곳은 두 곳입니다. 그중 한 곳은 처음 예비입찰 참여 당시부터 인수 의지에 물음표가 계속 붙어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나머지 한 곳은 조금은 의외이긴 한데요. 이 한 곳은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시너지가 가장 많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 곳 중 하나로 꼽혔던 곳이기에 더욱 놀랍습니다. 인수전 완주를 고민하는 두 곳 모두 아마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이 부담스러워서 주저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 이베이코리아는 매각 희망가로 5조 원을 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업계 등에선 "비싸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들 겉으로는 인수 의자가 강하다고 피력하고 있지만 속내들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들의 복잡한 속내는 조금 더 취재해보고 알려드릴게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품고 있네요.
◇ 용진이형의 '저격'…속 끓는 롯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요즘 유통업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인물입니다. 뭐 사실 정 부회장은 예전부터 '인싸'이기는 했지만요. 정 부회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신세계의 움직임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정 부회장이 스스로 나서 직접 마케팅을 하고 있거든요. 네이버와 지분 교환, 프로야구단 SSG랜더스 창단, 음성 기반 소셜 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의 발언 등등 참 핫합니다.
얼마 전 정 부회장의 발언이 또 화제가 됐죠. 클럽하우스를 통해 롯데를 '저격'한 건데요. 롯데와 신세계는 국내 유통시장에서 전통의 라이벌이기는 하지만 서로를 저격하는 일은 드물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그것도 정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롯데를 향해 날을 세웠습니다. 물론 농담이었겠지만 그의 말에 담긴 의미와 무게는 상당했죠.
정 부회장은 "걔네는 울며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여기서 '걔네'는 '롯데'를 의미합니다. '울며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죠. 본업인 유통사업뿐만 아니라 이제는 야구장에서도 맞붙게 됐으니까요. 공교롭게도 SSG랜더스의 올해 프로야구 개막전 상대도 롯데입니다. 심지어 SSG랜더스에는 '부산의 아들' 추신수 선수가 뜁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재미있는 것은 정 부회장의 저격에 대한 롯데의 반응입니다. 롯데는 정 부회장의 발언에 대해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게 맞죠.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정 부회장의 전략에 말려들어가는 것일 테니까요.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무척 격앙된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특히 롯데의 최고 경영진에서는 '대로(大怒)'했다고 하는데요. 밖으로는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참다못한 롯데도 쓱 대응에 나섰습니다. 롯데쇼핑은 롯데ON 1주년 맞이 이벤트로 ‘원정 가서 쓰윽 이기고 ON’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롯데 자이언츠가 SSG랜더스를 꺾길 바란다는 뜻을 에둘러 강하게 어필한 거죠. 롯데 내부에서도 "딴 데한테는 다 져도 SSG만큼은 반드시 이겨달라"는 바람의 목소리가 크다고 합니다. 온·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이제는 야구장에서도 맞붙게 될 두 그룹의 경쟁이 참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