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본입찰이 다가오면서 롯데와 신세계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국내 유통 시장을 주름잡아왔던 두 유통 공룡이 과감한 베팅으로 몸집을 키울지, 아니면 안정적인 길을 택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인수가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매물이 시장에 다시 나오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이들의 머릿속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경쟁사가 인수에 성공해 몸집이 커지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인수 시 단숨에 3강…문제는 몸값
업계 등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매각 본입찰이 오는 7일 진행될 예정이다. 애초 본입찰 일정은 지난달 중순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절차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이달 초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인수 후보자는 네 곳이다. 지난 3월 말 진행된 예비입찰에서 적격후보자명단(숏리스트)에 포함된 롯데쇼핑과 신세계그룹 이마트, SK텔레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다. SK텔레콤의 경우 커머스 자회사인 11번가를 운영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대주주다.
이번 인수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베이코리아가 지난해 연간 거래액만 20조원에 달하는 대형 업체라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11%가량으로 네이버(17%), 쿠팡(12%)과 3강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네이버와 쿠팡에 버금가는 덩치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문제는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이 높다는 점이다. 이베이 본사 측은 이베이코리아의 매각가로 5조원 이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인수 후보군은 3조원 안팎을 적정가로 보고 있다.
더불어 이베이코리아의 성장성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그간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오픈마켓은 물건을 직접 구매해 파는 게 아니라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개하고 수수료만 받는 구조다. 플랫폼으로서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서비스를 차별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분주한 신세계…현금 쌓아둔 롯데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신세계다. 신세계는 이번 인수전에 네이버와 함께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신세계가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고 네이버는 2대 주주를 맡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네이버와 신세계 연합은 연간 거래액 50조원에 육박하는 이커머스 업계의 '공룡'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단순히 '반(反) 쿠팡 연대'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단숨에 쿠팡을 큰 격차로 밀어낼 수 있다. 앞서 양사는 이미 2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에 합의하며 '혈맹'을 맺은 만큼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여겨진다.
롯데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부터 지분을 매각하거나 점포 및 토지를 양도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늘리고 있다. 지난 4월 말 롯데쇼핑이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지분 매각으로 8300억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한 게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1조 9000억원가량에서 올해 3월 말 2조 9000억원가량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롯데쇼핑이 보유한 단기금융상품 규모(1조 4000억원)를 고려하면 1년 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4조원 이상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을 위한 행보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롯데가 공을 들이고 있는 온라인 통합 플랫폼인 '롯데ON'에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롯데는 지난달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대표를 영입해 롯데ON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유통 공룡의 선택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유통 업계 M&A 시장에서 여러번 격돌한 경험이 있는 두 업체가 이번에도 과감한 베팅을 할지가 관심사다. 일단 경쟁사를 견제하는 차원에서라도 이번 인수전에서 마지막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롯데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며 "이베이 측과의 가격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